철도차량 부품업체들이 해외 업체의 국내 고속철도 시장 진출에 대해 반발하면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철도차량 부품산업 보호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등에 전달한 호소문을 통해 "경쟁을 명분으로 해외 업체의 무분별한 국내 고속차량 사업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 숙고해 달라"고 밝혔다.
호소문에는 191개 국내 철도차량 부품업체가 서명했다. 이들은 서명을 통해 해외 업체의 국내 고속차량 시장 진입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는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인 '탈고(TALGOl)'가 국내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탈고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인 A사와 컨소시엄을 맺고 오는 7일 입찰공고 예정인 한국철도공사가 발주한 136량 '동력분산식 고속 열차' EMU-320 입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도차량 입찰 제도는 응찰가를 가장 낮게 적어낸 업체가 수주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한다. 철도업계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입찰 업체의 기술력이나 과거 납품 실적 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입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 중국산 부품 등이 해외에서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부품 업체들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품질 개선에 대한 유인도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비대위는 "최근 들어 발주 물량 회복에 따라 어렵사리 반등의 기회를 잡았는데 고속차량 발주 사업의 입찰참가 자격조건이 완화되면서 해외 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발주 물량이 해외 업체에 몰릴수록 기술 자립은커녕 해외에 종속되고, 국내 산업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해외 업체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 순수 국산 기술로 고품질의 고속 차량을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며 "이는 영세 사업장이 전체의 96%에 달하는 협력 부품 업체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국산 고속차량 기술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실제 유럽의 경우 시행사가 발주를 하면 입찰 초청서를 발송한 업체들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 여기에 자체 규격 규정인 'TSI'라는 규제 장벽으로 비유럽 국가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중국은 철도차량 입찰 참여시 자국법인과의 공동응찰을 의무화하고, 완성차는 70% 이상, 전장품은 40% 이상의 자국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은 입찰시 재료비의 현지화 비율을 70% 이상으로 정했다. 일본도 해외 업체의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비대위는 "철도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철도 산업의 근간"이라며 "'철도 주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부품 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내 시장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