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앓고 있는 65세 A씨가 백내장 수술을 받으려면 내과병원을 방문해 당뇨 진료 사본을 발급받아 안과병원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서류를 받기 위해 내과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31일 각 의료기관에 흩어진 건강·진료정보를 데이터로 관리·중계하는 '건강정보 고속도로(마이헬스웨이 시스템)'를 시범 개통하고,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곳곳에 분산된 개인의 의료기록을 원하는 곳에 쉽게 제공하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도입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스마트폰 앱이나 PC로 언제 어디서든 개인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약 240개 의료기관이 기본설계 단계부터 참여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1,000여 개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게 확대한 뒤 공식 개통할 계획이다.
시범 개통 단계에서는 서울성모병원과 부산대병원에서 진료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국민참여단을 꾸렸다. 국민참여단은 오는 12월까지 각 병원 앱을 활용해 본인의 의료 데이터를 조회·공유하면서 개선할 부분을 찾는다.
정부는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되도록 '디지털헬스케어·보건의료 데이터 진흥 및 촉진법 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법안에는 의료 분야에 특화된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 운영 근거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바이오헬스케어 업계, 보험업계, 의료기관이 담합해 개인정보를 상품화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료기관이 상대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층 환자에게 의료데이터 제공 동의를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가 동의 방식이며, 강요로 동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 깊게 설계하겠다"며 "정보 제공 동의를 강요하거나 오남용할 때 처벌·퇴출하는 규정도 명확히 만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