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면 80년 뒤인 2100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4.5도가량 오르고, 고도는 66㎝ 정도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였을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생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 사용된 신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한반도 주변 해역의 미래 전망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국제공유센터에서 제공하는 전 지구 기후모델 자료 중 해양지역 예측 성능이 우수한 7개 모델을 토대로 도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와 고도는 점점 상승한다. 현재 서해·동해·남해 약 14도, 동중국해 22도인 해수면 온도는 서해, 동해·남해, 동중국해 순서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서해는 수심이 얕고, 중국의 해안산업지역을 통해 유입되는 담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다만 예측 시점과 탄소배출량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연구진은 △저탄소 시나리오(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와 △고탄소 시나리오(탄소배출 감축 노력 없이 더 많은 탄소를 배출)로 나눠 분석했는데, 근미래(2021~2040년)는 탄소배출량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한반도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1.0~1.2도, 고도는 10~11㎝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먼 미래(2081~2100년)는 탄소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결괏값이 크게 달라졌다.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1.8도 오르고 고도는 28㎝ 상승하는 데 그쳐도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무려 4.5도 오르고 고도도 6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 전망보다 0.8도나 높다. 이 경우 온도 증가폭이 큰 서해의 해수면 온도는 5.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해수면 고도 상승은 바닷물의 양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염도가 떨어져 바닷물은 싱거워진다. 근미래의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염분은 0.05psu 감소한다. psu는 실용염분 단위로, 해수 ㎏당 녹아 있는 염분의 양이다.
먼 미래는 표층염분 감소량도 탄소배출에 따라 차이가 커진다.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0.18psu, 고탄소 시나리오로는 0.48psu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역별로는 서해와 동중국해의 표층염분 감소가 크게 나타났는데, 서해의 경우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은 먼 미래에 최대 1.21psu까지 줄어든다.
유속은 점차 빨라진다. 근미래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해류 유속은 3.3~4.4% 증가한다. 먼 미래의 경우 시나리오별로 △저탄소 5.6% △고탄소 7.8%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동해와 남해의 유속 증가가 뚜렷해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은 먼 미래에 최대 15.3%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