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처참히 무너진 학교, 아수라장으로 변한 교실, 이곳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러시아 침공 7개월째를 맞는 우크라이나에도 새 학기가 다가왔지만, 동남부 지역에선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고 민간 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도 여전하다.
하루하루 불안한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 키이우에서는 13만여 학생들의 등교 준비가 한창이다. 학교마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 창틀을 새로 설치하고, 책상과 의자를 교실에 새로 들여놓는 인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이 시작된 이후 약 2,300개의 교육기관이 폭격 또는 포격을 당했고, 이 중 286곳은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마다 언제 닥칠지 모를 러시아의 공습에 대비해 방공호를 설치하거나, 아예 방공호 내부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있다.
파괴된 학교를 수리한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기간 중 350명 이상의 어린이가 숨지고, 586명이 부상을 당했다. 20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은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교육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교육 당국의 노력에도 대면 수업 재개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학부모들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제기하며 등교를 반대하고 있지만, 학교 교육을 통해 사회적 소통 및 유대감을 회복하고 심리적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세계은행과 유니세프 등이 내놓은 '글로벌 학습빈곤현황'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학습빈곤율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보다 크게 증가했고, 중·저소득국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전쟁과 더불어 교육 부재로 인한 또 다른 비극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