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증오범죄’ 우토로마을 방화범에 징역 4년 선고

입력
2022.08.30 21:30
17면
재판장 “편견이나 혐오감에 의한 범행”

재일조선인 집단 거주지인 일본 우토로마을의 빈집을 태운 방화범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일본 법원은 이 방화가 “혐오감에 의한 범행”이라며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30일 NHK에 따르면 일본 교토지방재판소는 지난해 8월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지구의 빈집 등에 불을 지른 혐의(비현주건조물 등 방화 등)로 구속기소된 아리모토 쇼고(23)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마스다 게이스케 재판장은 “폭력적인 수법으로 불안을 부추기는 범행이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검찰의 구형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마스다 재판장은 특히 "아리모토는 특정 지역 출신자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감에서 유래한 제멋대로이고 독선적인 동기로 불을 질렀다”면서 아리모토의 범죄가 증오 범죄라고 인정했다.

아리모토는 첫 공판에서 기소 내용을 인정하면서 “한국인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방화 동기를 밝힌 바 있다. 방화로 올해 4월 개관한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전시될 예정이던 자료 40여 점이 불탄 데 대해서도 “개관을 저지하기 위해서 불을 질렀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7월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아이치현지방본부와 한국 학교 건물에도 방화했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우토로지구는 일제강점기 교토 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된 조선인이 모여 살면서 집단 주거지가 형성된 곳이다. 일본 패전 후 우토로의 조선인은 1980년대 후반까지 상수도가 정비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을 받으며 생활했다. 이곳 일대의 토지가 제3자에게 매각되고 2000년에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퇴거 명령이 확정돼 내쫓길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우토로 주거권 문제가 한일 양국은 물론 유엔에서도 이슈가 되자 한국 정부와 민간 재단 등이 10여 년 전 일부 토지를 매입하고 일본 지자체가 공공주택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주거 문제가 해결됐다. 아리모토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우토로 주민들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인터넷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믿은 것으로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