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지위 변경은 1964년 UNCTAD 설립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잘 드러내 준다. 실제로 여러 경제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 기존 선진국들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규모는 세계 10위이며,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은 G7 국가인 이탈리아와 일본을 추월했다. 문화 분야에서도 Kpop과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으로 세계에서 선망받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안타까운 소식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약 열흘 전 수원에서는 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이던 69세 어머니와 지병을 앓던 40대 두 딸이 정부로부터 어떠한 복지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극심한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후 부패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이달 초에는 서울을 강타한 폭우 속에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나라는 점점 부자가 되고 있는데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가난과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소득 인구의 비율)은 OECD 평균의 약 1.5배에 달하는 16.7%로 조사 대상 37개 회원국 중 4번째로 높았다. 특히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평균의 약 3배에 달하는 43.4%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남성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은 압도적 1위다. 또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장애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2%로 비장애인의 빈곤율보다 2.6배 정도 높은 수준이며 전체 장애인 복지 예산 비율은 0.6%로 OECD 평균의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헌법 제34조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조금 길지만 헌법 제34조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에 따른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하루속히 헌법 제34조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해 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기보다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고,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며, 이동권 투쟁에 나선 장애인을 처벌하기보다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홍보용 사진 찍는 데 열중하기보다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진정으로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이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실현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