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639조… 복지 외치며 허리띠 졸라맨다

입력
2022.08.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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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첫 예산안]
확장재정→ 건전재정 전환
역대급 지출 구조조정
장밋빛 세수 전망 한계

‘재정건전성 회복’을 내건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 총지출(추경 포함)보다 약 41조 원 적은 639조 원으로 편성했다. 총지출보다 내년 예산 규모가 감소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빚을 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착한 부채론’에 제동을 걸며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건전재정의 바탕이 되는 국세수입 증가율을 장밋빛으로 전망한 데다, 110개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약 200조 원을 마련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시작부터 ‘재정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채무비율 50.0%→49.8%로 하락

정부는 30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639조 원의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 원)보다 31조4,0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도 상당해 본예산 규모 자체를 줄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다만 본예산의 증가율(5.2%)은 확장재정을 편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증가율(8.7%)보다 크게 낮아졌고, 예산안 규모도 2차 추경까지 합한 올해 정부 총지출(679조5,000억 원)과 비교해 40조5,000억 원 줄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커지는 경제 불확실성 앞에 방패막 없이 맞서야 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건전재정으로의 전환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9.8%)도 올해 본예산(50.0%)보다 개선된다. 문재인 정부가 전망한 내년 국가채무비율(53.1%)과 비교하면 3.3%포인트 낮다. 정부는 올해 5.2%인 예산 증가율을 4%대로 낮추고, 재정준칙도 엄격히 적용해 국가채무비율을 임기 내 50%대 초반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두 정부가 추산한 국가채무비율 차이는 3년 뒤 7.4%포인트(윤 정부 51.4%·문 정부 58.8%)까지 벌어진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국가재정법에 담아 구속력을 강화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내년 예산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6%로, 올해 본예산(4.4%)보다 나아졌다.

지출구조조정으로 24조 마련…복지 강조

내년 예산이 31조4,000억 원 늘어났으나,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교부금(22조5,000억 원)을 빼면 정부가 손에 쥔 돈은 8조9,000억 원에 그친다. 이를 보완하고자 문재인 정부의 중점 사업인 공공형 일자리 등의 지출구조조정으로 24조 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추 부총리는 “더 이상 빚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구조조정(통상 10조 원)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마련한 약 33조 원의 가용 재원은 취약계층 지원 확대에 집중 투자된다.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서 꼽은 12대 핵심과제(135조 원) 중 약 43.1%에 달하는 58조2,000억 원이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 지원에 쓰인다. 자산 형성·주거·일자리 등 청년층 종합 지원에도 24조1,000억 원을 투입한다.

다만 전체 예산에서 사회간접자본(SOC·10.2%)과 산업·중소기업(18.0%) 분야는 사업 완료, 소상공인 손실 보전 지원 종료 등으로 줄었다.

낙관적 세수전망으로 재원 조달 한계 뚜렷

첫 예산안을 편성한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한 배경에는 세수 증대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2026년까지 연평균 세수 증가폭(7.6%·올해 본예산 대비)이 재정지출 증가율(4.6%)을 웃돌면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위기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정부가 세입 규모를 낙관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허리띠를 졸라맨 탓에 대통령이 공언한 110개 국정과제 예산도 11조 원 편성하는데 그쳤다. 전체 소요 예산(209조 원)의 5.3% 수준이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국세수입 증가분(59조4,000억 원) 전부를 여기에 쏟아 부어도 약 139조 원이 부족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세수가 매년 7% 이상씩 늘어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국정과제 추진도 상당한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