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km 거친 바다를 휘젓게 한 분노

입력
2022.09.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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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다이애나 나이애드

미국 장거리 수영선수 겸 언론인 다이애나 나이애드(Diana Nyad, 1949~)가 2013년 만 64세의 나이로 쿠바 하바나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이르는 180km 물길을 안전망 없이 약 53시간 동안 헤엄쳐 건넜다. 1978년 첫 도전을 시작한 이래 다섯 차례 도전 끝에 이룬 성취였다.

뉴욕에서 태어나 10대 시절 플로리다에서 성장한 그는 훗날 미국 수영 명예의 전당에 오른 올림픽 대표 출신 코치 잭 넬슨에게서 수영을 익혀 중고교 지역 대회를 휩쓸었고, 올림픽 출전을 꿈꾸던 중 심장내막염을 앓는 바람에 올림픽 꿈을 접고 장거리 수영으로 전환했다. 1975년 맨해튼 둘레(약 45km)를 7시간 57분 만에 헤엄쳐 도는 데 성공하는 등 명성을 쌓던 그는 케네디 시절 단행된 쿠바 여행규제가 잠깐 풀렸던 1978년 하바나~플로리다 구간 수영 종단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멕시코만의 강한 해류에 맞설 수 있는 체력과 기량 못지않게 상어와 독성 해파리떼의 습격이 더 큰 변수였다. 그는 상어 안전망 속에서 약 42시간가량을 유영했지만 거친 해류에 체력이 고갈돼 유영을 멈춰야 했다. 얼마 뒤 쿠바 국경이 다시 닫히면서 그의 도전도 멈췄다.

2011년 8월, 두 번째 도전서부턴 상어 안전망 대신 전자 충격장치를 설치한 그물 방패를 이용했다. 하지만 그 도전도 29시간 만에 실패했고, 9월 세 번째와 이듬해 8월 네 번째 도전에서도 해파리떼 공격으로 호흡 곤란을 겪다가 중단했다. 그리고 2013년 8월 31일 아침, 해파리 공격을 막기 위해 실리콘 마스크와 전신수영복, 장갑과 부츠로 무장한 채 하바나 바다에 뛰어들었고, 9월 2일 오후 1시 55분 키웨스트 해안에 마침내 도착했다.

레즈비언인 그는 14세 무렵부터 코치 넬슨의 상습 성추행에 시달린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그 분노와 상처에 대한 극복의 의지로 평생 그 너른 바다를 헤엄쳐왔다며, ‘미투(Me Too)’ 고발 여성들을 격려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