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군산은 전국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도시였다. 전북 지역 최대 산업 단지인 군산국가산업단지에서는 현대중공업, 한국GM,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생산 라인이 24시간 가동됐다. 그러나 2017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2018년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근로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지역 경제는 휘청거렸다. 2017년 28만명에 육박했던 군산 인구는 2021년 26만명 중반까지 주저앉았다.
그런 군산에 모처럼 ‘취업 훈풍’이 불고 있다. 오는 10월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앞두고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사들이 대규모 채용에 나선 것이다. 군산시도 팔을 걷어붙였다. 사내·외 협력사가 만 39세 미만 청년을 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1인당 인건비를 2년간 보조하고, 2년 이상 근속 시 지역 정착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북인력개발원(이하 전북개발원)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전북개발원은 지난 7월 협력 업체 12곳과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따른 조선해양 전문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채용약정 훈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핵심은 군산조선소 산업 현장에 필요한 전문 기술을 양성하고, 이를 취업까지 연계하는 것이다.
1997년 개원한 전북개발원은 25년간 구직자 8,740명, 재직자 3만 8,000명의 직업 훈련을 수행한 지역 인재의 산실이다. 1만 2,000평 대지에 6개 건물, 2개 야외 실습장과 2,700점이 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선박 특수 용접 분야에서는 전북 최대 훈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북개발원 관계자는 “연간 180~200명을 양성할 수 있으며 용접 절단실, 용접실, 오토 플랜 캐드(CAD)실 등 58개의 개별 부스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장 적응력을 갖춘 전문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0년 전만 해도 전북개발원은 취업 준비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호젓함만 남았다. 이에 폐원 위기까지 맞았으나 지난해 전라북도, 고용노동부, 군산시 지원으로 전기 자동차 등 신산업 분야 인재를 육성하며 부활의 불씨를 되살렸다.
전북개발원은 올해 9개 과정에서 175명의 인력 양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54명(8개 과정)에서 20명이 확대된 것이다. 개발원 입학 인원은 2018년 253명, 2019년 130명, 2020년 117명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이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비해 선박 특수 용접 부문에서만 80명을 모집한다. 전체 모집 인력의 절반 정도(45%)다. 군산조선소는 전북개발원에 ‘존재의 이유’ 같은 곳이다. 이무상 전북개발원장은 앞선 협력 업체 협약식에서 “전북개발원은 군산조선소와 흥망성쇠를 함께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북개발원은 군산조선소 본사는 물론 협력 업체들에 전문 인력을 공급하며 군산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군산조선소 준공 전에도 전북개발원은 지역 대표 인력 양성 기관이었다. 2019년 휴원 위기가 닥쳤을 때 지역 정·재계에서 탄원이 쏟아졌던 이유다. △직업교육훈련 우수 기관 단체표창(국무총리상) △고용노동부 직업훈련기관 평가 우수 기관(A등급) 선정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 인증평가 우수 기관(3년) 인증 2회 등의 수상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역 사회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으로 내년까지 600~1,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내 생산 창출 효과가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수주 동향에 따라 블록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채용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수요가 증가하면서 군산조선소를 액화 천연가스(LNG), 액화 석유가스(LPG) 선박용 블록 전문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북개발원은 조선 인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효율적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할 예정이다. 현장에 가장 시급한 숙련공 양성에도 힘을 보탠다. 전북개발원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숙련공 입직을 희망하는 중급 이상 용접 기술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특수 용접 전문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무상 전북개발원장은 “현재 전북인력개발원은 2023년 1월로 예정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필요한 용접 분야 생산 기술 인력 양성을 추진해 실질적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전라북도 뉴딜 사업인 전기 자동차, 신재생 에너지 전기 제어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거점 직업 훈련 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2023년에는 4차 산업 혁명 분야인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 팩토리, 반도체 분야의 디지털 인력 양성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