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필요할 땐 유튜브 활용하더니… 문제 생기면 '나 몰라라'

입력
2022.08.30 10:00
10면
[맹신과 후원, 폭주하는 유튜버]
유튜버들 선정적·편향적 폭로로 피해 확산 
가세연, 조국·강기정 등에 허위사실 "배상" 
"혐오 배설로 수익… 플랫폼 책임도 논의해야"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입법 신중론' 제기도

‘유튜브 대선’ ‘유튜브가 나라를 구했다’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유튜브는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튜브 채널에선 대선 후보들의 정책을 정밀 검증하며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유튜버와의 대화 시간을 따로 마련했고, 유명 유튜브 채널에 먼저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하기도 했다. 대선 캠프에선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버가 너무 많아져 관리가 어렵다는 토로가 나올 정도였다.

유튜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신의 공간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유튜브의 특성을 앞다퉈 활용하다 보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정치 유튜버가 가장 많은 국가로 등극했다. 정치인이 하고 싶은 주장과 열성 지지층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긴 정치 유튜브로 인한 상처 또한 깊어지고 있다. 유튜버들의 정파성은 날로 짙어졌고, 선정적 폭로로 피해를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발의는 했지만...유튜브 관련 법안 논의 전무한 21대 국회

21대 국회에선 유튜브 관련 법안이 10개 발의됐다. 법안 내용은 크게 △허위정보 또는 불법정보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삭제·임시조치 의무 부과(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불법정보 유통에 대한 손해배상제도 도입 △허위정보와 관련한 당사자 간 분쟁 조정을 위한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이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은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 이용자가 타인의 고의적인 거짓 또는 불법정보 생산과 유통으로 명예훼손 등 손해를 입은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2020년 7월 23일 발의돼 같은 해 9월 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9월 27일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유튜브’라는 단어는 회의에서 딱 두 번 언급됐다. 그마저도 전문위원이 법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잠깐 나왔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유튜브 관련 법안은 '가짜뉴스 규제입법'에 묶여 진지한 논의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쟁 수단으로 이용됐다.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던 2019년 국정감사에서 “좌파 세력의 조직적 공격으로 채널 광고가 제한되는 것 아니냐”(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고 공격하는 등 자신의 진영에 불리한 뉴스를 ‘가짜뉴스’로 규정할 뿐, 새로운 영상 플랫폼이 촉발한 사회 문제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입법이 능사는 아냐..."현행법에서 처벌 가능" 의견도

물론 입법을 통한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유튜브 관련 법안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과 관련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브에서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한 경우도 있지만, 무 자르듯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모든 비판적 표현물을 규제하는 쪽으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형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며, 인터넷을 통해 유포한 경우 정보통신망법으로 가중처벌된다는 것이다.

규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유튜브 관련 사각지대 보완 필요”

다만 선정적이고 편향적인 정치 유튜버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입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무분별한 폭로와 선정적 방송을 일삼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여러 차례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대법원은 7월 14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강용석 변호사와 김용호·김세의 전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세연이 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가세연은 2018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에게 사임해야 한다고 하니, 조국 장관이 개겼다. 이 말이 누구 입에서 나왔나. 강기정 수석의 입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6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가세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5,000만 원 배상 및 영상 삭제 판결이 나왔다. 가세연은 '조 전 장관이 운영한 사모펀드에 어마어마한 중국 공산당 자금이 들어왔다' '조 전 장관 딸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실로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버들이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을 배설하며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사회적 영향력까지 커지고 있는데, 플랫폼 사업자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허위사실 유포행위와 유튜버들의 수익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1인 유튜버에게 사실 확인 책임을 묻거나 유튜버 수익이 허위사실 유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지적해 처벌한 사례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프랜차이즈 배달 조작 사건을 방송한 1인 유튜버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면서 “유튜브는 조회수가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조작 방송이 발각된 후 사과 영상조차도 높은 조회수로 인해 재수익이 창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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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진 기자
이정원 기자
김주영 기자
심희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