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결정 후 국민의힘이 27일 의총에서 비대위를 유지하기로 해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어떻게든 이준석 전 대표가 복귀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런 편법과 무책임으로 진짜 비상상황을 돌파할 수는 없다.
비대위를 유지하면서 당헌당규를 개정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국민의힘의 결정은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어서 정당성이 없다. 판결 이유가 ‘비대위를 출범시킬 비상상황이 없었다’는 것이었는데 이 결정이 비대위원장에게만 국한된다니 꼼수가 아니고 무엇인가. 일부 의원들은 “판결 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해석”(김웅)이라고 비판했고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윤상현)고 밝혔다. 애초에 정당의 결정이 정치력과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법원 판단에 맡겨진 것은 유감이나, 판결이 나온 이상 이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 정당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은 정당이 사법부마저 존중하지 않는 셈이다.
추가적인 법정 다툼을 열어놓은 점 또한 문제다. 이 전 대표는 이미 비대위원을 상대로 한 가처분신청을 예고했고, 같은 논리로 비대위원 직무 정지 결정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도 이의신청과 고등법원 항고 방침을 밝히는 등 법정 다툼에 매달리고 있다. 당분간 지도부 권한이 불확실한 상태에 머무르고, 이 전 대표와의 꼴사나운 막말 다툼도 계속될 것이다. 이래서야 집권 여당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 내홍을 지켜보는 국민 피로감은 치솟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진짜 비상상황을 자초한 일에 대한 책임부터 져야 한다. 지도부 공백을 야기한 첫 번째 책임은 성상납 증거인멸 의혹에 휩싸인 이 전 대표였지만, 이후 무리하게 비대위를 밀어붙이고 소송에서 지고도 편법 대응을 내놓기까지 권성동 원내대표의 몫이 크다. 소송 승패와 무관하게 이제는 어느 쪽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해산하고 새 원내대표를 뽑아 위기를 돌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