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윤석열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정치적 스킬도 갖추지 못한 아마추어 같다”며 “기본부터 배우라”는 조언도 건넸다.
이코미스트는 25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South Korea’s president needs to learn the basics)’는 제목의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무서운 속도로 흔들리고 있다”면서 취임 100일 만에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은 집권 전 정치 경력이 1년도 채 안 되는 걸걸한 검사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 내세웠던 ‘반(反)정치인’ 특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를 권좌로 이끈 ‘기성 정치 혐오’ 성향과 맞물려 “대통령으로서 그의 정치 스킬 부족은 이제 골칫거리가 됐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도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교육과 경제 정책에 반감을 가졌는데, 특히 정책을 제시하는 윤 대통령의 고압적인 방식을 싫어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을 하면서 열린 태도를 보여주려고 한 시도는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게 했고, 윤 대통령이 무능하고 오만하다는 인식은 국민과 언론에게 최악으로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또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 단추를 꿸 수 없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해 “윤 대통령은 셔츠에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했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인사 검증 실패,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리고 비판 여론에 직면할 때마다 윤 대통령이 “완전히 합법적인 임명(채용)”이라는 방어 논리를 내세운다는 점을 짚으며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검사의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지율 추락 이후 “국민 뜻을 따르겠다”는 약속만 되풀이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끄는 사람이다.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자신의 결정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례로 윤 대통령은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면서도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인기 없는 정책을 납득시키는 훨씬 어려운 업무를 익히는 건 고사하고, 지지를 받는 정책조차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하는 기본적인 정치 트릭조차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사례로 ‘초등학교 입학 연령 만 5세 하향’ 논란과 그로 인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임, 이달 초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전화통화로 무마한 일 등을 언급했다. 이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게 조언하는 형식을 빌려서 “김 수석은 ‘급하게 서두르고 서툴게 의견을 철회하는 모습은 아마추어의 특징’이라고 윤 대통령에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을 올리려면 능력 있고 스캔들이 없는 사람뿐 아니라 측근이 아닌 사람을 내각에 임명해야 한다”며 “민심을 얻으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5년 단임제인 한국에서 대통령은 업적을 쌓을 시간이 거의 없다”며 “규칙을 깨기 전에 규칙을 배우라”는 일침으로 칼럼을 끝맺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자 여럿이 공동 집필하는 체제라 칼럼 필자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글이 실린 ’아시아 칼럼’ 코너의 책임자는 도미닉 지글러 기자로 알려져 있다. 지글러 기자는 1994~2000년 중국 특파원을 지냈고, 2005~2009년 일본 도쿄 지국장을 역임한 아시아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에는 청와대가 정권을 비판한 언론과 유튜버 등을 고소한 사건을 다루면서 “진보 통치자들이 자신을 향한 비판은 수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