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사드 장비 24시간 막겠다"... '기지 정상화' 움직임에 긴장 고조

입력
2022.08.28 14:30
사드기지 앞 2.1㎞ 도로 양옆 현수막 '도배'
정부 "이달 말까지 지상 접근권 주 7회로"
사드 반대 측, 다음 달 3일 대규모 집회 예고


최근 사드기지로 들어오는 차량 수송이 더 잦아진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장비가 들어오면 이를 막기 위해 24시간 지킬 것이다.
임순분(69) 경북 성주군 소성리부녀회장

정부가 이달 말까지 예고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정상화를 앞두고,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일대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기지 정상화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대규모 집회까지 예고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오전 10시쯤 찾아간 소성리 마을회관부터 사드 기지에 이르는 2.1㎞ 도로 양옆에는 1m 간격으로 '사드뽑고 평화심자', '기지공사 중단하고 불법사드 철거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사드 기지 진입로인 진밭교와 기지 전방 500여m 지점 두 곳에선 경찰이 통행을 제한 중이었고, 사드 기지 입구에선 우리 군이 이중 출입문을 통제했다. 외부에서 온 수송 차량이 사드 기지 입구로 진입하자, 한 장병이 초소에서 나와 철조망이 둘러진 6m 길이의 출입문을 열었다. 초소에서는 "문을 빨리 닫아"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군용 헬리콥터가 기지 상공을 오가는 모습도 계속 포착됐다.

성주군과 성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드배치 반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지난해 1월부터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6~7시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소성리에 평화를’, ‘사드반입 즉각 중단’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163차 집회가 소성리 마을회관 입구에서 열렸고, 경찰도 70여 명의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이유는 최근 정부가 사드배치 정상화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사드는 2017년 소성리 골프장 부지에 임시 배치됐지만,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두고 문재인 정부 내내 제대로 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공전만 거듭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10일 기존의 '사드 3불(不)'에 운용 제한까지 의미하는 '1한(限)'까지 언급한 데 이어, 대통령실에서 "운용 측면에서 8월 말 정도에는 (사드를) 거의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대통령실이 이후 '운용 정상화'가 아닌 '기지 정상화'로 발언 취지를 수정했지만, 사드 배치 반대 측은 정상화 수순으로 해석하고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드 기지는 문재인 정부 때까지 지상 왕래가 주 2회로 제한됐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 5회로 늘었다. 정부의 '기지 정상화' 방침은 이를 더 확대해 지상접근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사드의 온전한 배치를 위해선 1년 이상이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음 달까지 한국군이 미군에 부지를 공여하는 절차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사드 기지 정상화 발표 직후 강현욱 사드철회 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이달 안으로 사드를 정상화하겠다는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반발했다. 반대 측은 기지 정상화가 곧 운용 정상화로 이어지는 수순으로 보고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종희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장은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군사적 효용성도 없고 우리나라 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며 "사드기지가 어떻게 가동되는지 알 수도 없고 전자파 등 유해성이 검증된 데이터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 운용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반대 측은 다음 달 3일 전국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제13차 범국민평화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성주=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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