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팬심’에서 시작된 무모한 시도는 말 그대로 위험천만했다. 비록 한적한 동네 주차장 인근의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설정된 형태로 진행됐지만 100% 안전 보장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최고 41마일(약 65㎞) 속도로 내달린 자율주행차량의 무허가 시험 운행길에 11살 소년을 세워 두고 감행된 실제 상황이어서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두주자 테슬라 차량에서 완전자율주행(FSD)보다 아래 단계인 자율주행모드로 이뤄졌지만 위태롭긴 마찬가지였다. 다행스럽게도 출발 20초 직후 해당 차량은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던 소년을 코앞에서 감지하고 스톱, 우려됐던 인명 사고는 피했지만 여론은 들끓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안전성 증명을 위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거주하는 자동차 판매업자 카마인 쿠파니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촬영, 도마에 오른 동영상 얘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을 뒤늦게 소개한 미 CNN 등도 부정적인 시각에 동참했다. 테슬라 광팬으로 알려진 쿠파니는 앞선 지난 12일에도 아들과 더불어 FSD 모드로 유사한 방식의 시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린 바 있다. 쿠파니는 "어떤 이들은 나에게 미친 아빠라며 뭘 하느냐고 묻는다"면서도 "나는 이런 일들을 많이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에선 “인간보단 자율주행이 안전하다”는 반응도 보였지만 “제정신을 가진 아빠가 맞느냐”에서부터 “아빠로서 충고하는데, 제발 그만두라”, “체포해서 6개월간 감옥에 가둬야 한다” 등을 포함한 쓴소리가 더 비등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젠 완성형에 가까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회사내부 평가와 달리 외부에서 바라본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미 캘리포니아 규제 당국에서도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시스템에 대한 결함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가운데 자율주행의 핵심인 안전성과 관련, 네티즌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양산 중인 테스트 영상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 안정성을 놓고 대립된 찬반 양론 속에 실질적인 안전 진단보단 자극적인 테스트 영상만 유튜브에 범람하고 있어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서조차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소비자들은 직접 차량을 테스트해보거나, 어린아이와 같은 실제 사람을 테스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당부할 정도다.
일각에선 이런 기류가 테슬라 자율주행차에 비호의적인 시각을 희석시킬 목적에서 나온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실제 CNN은 “최근 테크기업인 그린힐스 소프트웨어의 댄 오다우드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FSD의 위험성 경고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것에 반발해 쿠파니와 같은 테슬라 지지자들이 앞다퉈 자발적인 시험 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다우드 CEO가 공개한 동영상엔 길 위에 놓여진 어린이 모형을 인식하지 못한 채 충돌하면서 지나간 FSD 모드의 테슬라 차량 모습이 담겼다. 오다우드 CEO는 “테슬라의 FSD는 내가 본 최악의 상용 소프트웨어다”라며 “의회 차원에서 없애야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부터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지금까지 32만 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CNN은 이와 관련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불거지면서 이 기술이 자동차 업계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림반도는 반드시 탈환할 것이다.”
전력상 열세인 상황에서도 자신감은 충만했다. 목표 타깃 또한 이미 8년 전, 상대에게 넘어간 전략적 요충지를 제시했다. 러시아와 6개월 넘게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한 선전포고다. 지난 23일 크림 반도 반환을 논의한 ‘크림 플랫폼’에 참석해 밝힌 개회사에서다. '크림 플랫폼'은 크림반도 반환과 관련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직한 국제회의다. 온라인상에서 열린 이번 회의엔 약 40명의 정상을 포함해 60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점령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세계 법과 질서를 부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흑해의 핵심 지역인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의해 강제 병합됐지만 국제법상에선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참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흑해함대 운용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곳도 크림반도다.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강경 방침을 놓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일부 영토를 양보하고 평화 협상에 나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식으로 유럽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론에 맞대응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6월 유럽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유럽국제관계협의회가 유럽 내 10개국 시민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5% 이상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러시아에 일부 양도해서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러시아를 패배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갈수록 위력적인 무인항공기(드론)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격적인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 확인된 우크라이나 드론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지난 20일 CNN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자리한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 건물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노출됐다. 러시아군의 방공망이 쉽게 뚫렸단 얘기다. 앞서 우크라이나 드론은 크림반도내 러시아 주요 군시설을 수차례 공격하면서 변전소나 철도, 도로를 마비시켰다. 앞서 러시아군의 탱크와 장갑차, 경비정 등도 우크라이나 드론에 의해 격침됐다.
든든한 지원 역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군이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에 맞춰 현지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초소형 군용 무인항공기 블랙호넷 850대를 포함한 총 2,000대의 드론 제공을 약속했다.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1조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에 최첨단 정찰 드론인 ‘스캔 이글’ 15대를 포함했다. 24시간 이상 비행 가능한 스캔 이글은 지상과 바다에서 모두 감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스캔 이글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하늘의 박격포’로 알려진 대만의 공격용 드론(리볼버 860) 800대도 우크라이나에 인도된 것으로 전해졌다. 8개의 60㎜ 박격포탄 장착이 가능한 리볼버 860은 최대 20㎞ 내에서 20~40분간 비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주로 드론을 반입, 우크라이나에 맞서고 있다.
한편, 인명 손실이 ‘제로(0)’인 전쟁용 드론의 경우 뛰어난 가성비와 더불어 정찰에서부터 미니 폭탄 투하까지 가능해 매력적인 비대칭 전력(상대방이 대응하기 힘든 무기)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