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이자 전쟁 발발 6개월인 24일(현지시간)에도 러시아군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향해 발사됐다. 25명이 목숨을 잃었고 31명이 다쳤다. 분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침략자를 이 땅에서 쫓아낼 것"이라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미국 등 서방 역시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양측 전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전쟁이 언제 끝날지 장담하기 어렵다. 6개월 사이 민간인 사망자 수가 5,000명 이상 발생했고, 난민 수는 660만 명에 달하는 등 피해도 적지 않다.
영국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州) 소도시 차플리네가 러시아군 공습을 당해 2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첫 번째 미사일은 주택에 떨어져 11세 소년이 숨졌고, 두 번째 미사일은 기차역을 강타해 열차 5대가 불탔다. 부상자는 31명으로 집계됐다. 차플리네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도네츠크주에서 145㎞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로, 주민 3,500명이 살고 있다.
차플리네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군 폭격이 보고됐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소도시 니코폴과 마르하네츠에선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됐다. 도네츠크주에서도 여러 마을이 수차례 공격당했고, 심지어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340㎞ 떨어진 흐멜니츠키에도 러시아 미사일이 날아들었다. 사상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키이우에도 온종일 공습 경보가 울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꺾기 위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인파가 모이면 러시아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독립기념일 행사와 모임을 금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심야 대국민 연설에서 “차플리네는 오늘날 우리의 고통”이라며 “반드시 침략자를 우리 땅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분노했다.
지난 6개월 사이 우크라이나에서 파괴와 죽음은 일상이 됐다. 유엔은 개전 이후 민간인 사망자 수를 5,587명, 부상자 수를 7,890명으로 집계하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군당국이 파악한 군인 희생자도 9,000명이 넘고, 국외 난민 수는 660만 명에 달한다. 러시아군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은 18만8,000채, 도로 길이는 25만㎞로, 기반시설과 건물 파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1,135억 달러(약 151조5,000억 원)로 추산됐다.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전쟁은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 어렵다. 전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는 서방은 이날도 새 지원 계획을 꺼냈다. 사실상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소형 정찰 무인기(드론)와 대(對)드론 시스템 등이 포함된 29억8,000만 달러(약 3조9,80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키이우로 직접 날아와, 드론 2,000대와 탄약 등 5,400만 파운드(약 854억 원)어치 무기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방의 지원을 약속받은 우크라이나는 항전을 넘어 반격을 예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립 31주년 기념 연설에서 "어떠한 양보와 타협 없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영토 수복 목표를 거듭 천명했다. 아울러 “전쟁의 끝은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는 평화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승리를 원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