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은행 창구에서 500만 원 이상 현금을 찾을 때 금융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맞춤형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은행 직원들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9월 1일부터 고액 현금 인출에 대한 은행 확인 절차가 강화된다고 25일 밝혔다. 피해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건네받아 사기 이용 계좌에 입금하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중 대면편취형의 비중은 2019년 8.6%(3,244건)에서 지난해 73.4%(2만2,752건)로 대폭 늘었다.
우선 500만 원 이상 고액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에게 은행이 제시하는 문진표를 고객 특성에 맞춰 세분화하기로 했다. 기존의 획일화된 문진표에서 벗어나 연령과 성별, 취약한 사기 유형 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40ㆍ50대 남성에게는 대출빙자형 사기를 겨냥한 문진표를, 60대 여성에게는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한 사기수법을 거르는 문진표를 적용하는 식이다.
은행 영업점의 내부 절차도 보완하기로 했다. 1,000만 원 이상 현금을 인출하려는 고객에 대해선 영업점 책임자가 용도와 피해 예방 사항을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60대 이상 고객에겐 영업점 직원이 현금인출 목적과 타인과의 전화통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여부 등을 직접 세세하게 물어보도록 했다.
은행 본점은 현금 인출 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고액 인출을 요청한 고객 계좌에서 이상징후가 포착됐을 땐 영업점 창구 직원 모니터에 보이스피싱 주의 문구가 자동으로 표시된다. 또 보이스피싱에 속은 고객이 창구 직원보다 경찰을 더 신뢰한다는 점을 고려해 은행 간 공통으로 적용되는 ‘경찰신고 행동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무통장 입금할 때 정상적이지 않은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면 거래를 차단하는 검증 절차도 추가한다.
강화된 보이스피싱 예방 이행방안은 내달 1일 은행권부터 우선 시행하고 향후 타업권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융권 및 유관기관 업무 협조를 강화해 신종 보이스피싱 발생시 신속히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전화나 문자로 현금 전달이나 보관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