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생달, 초승달

입력
2022.08.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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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민요인 농부가에 '서마지기 논빼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지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노랫말에서 초생달의 '생'의 발음이 변한 초승달로 불리기도 한다. 현실에서 두 단어의 쓰이는 빈도 차이는 있지만 초승달만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두 단어는 어떤 변화 과정을 겪었을까? 초생달은 한청문감, 광재물보, 농가월령가 등 18세기 이전 자료부터 보이고 초승달은 20세기 이후 등장해 함께 쓰였다. 문세영의 조선어사전(1938년)에도 초생달이 보이는데 이 사전에는 초승달은 나오지 않지만 초승은 '초생에서 온 말'로 풀이하여 발음의 변화를 기록했다. 사전에서 초승달만 표준어로 인정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 전까지 대부분의 국어사전은 두 단어를 동의어로 표시했고 비표준 표시는 없었다. 1970년대 문교부에서 어문규정 개정을 위해 마련한 표준말안(1979년)에도 '초승달, 초생달'이 복수표준어로 돼 있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기존 사전들을 개정하면서 의미의 차이가 없고 더 널리 쓰인 초승달만 표준어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의 검색 결과에서도 1980년대 이후 초승달의 쓰임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된다. 이후 발간된 사전은 기존 사전을 참고하는 경향이 있어 새로 간행된 사전들은 거의 초승달만을 표준어로 인정해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의 쓰임은 분명 초승달이 우세하지만 민요 농부가는 여전히 초생달로도 전승되며 입말과 글말에서도 비표준형인 초생달이 종종 쓰인다. 초생달은 노랫말의 화석으로만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쓰임이 확대된다면 초생달도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