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차세대 원전 검토” 지시…후쿠시마 트라우마 극복?

입력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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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정부 방침 정하기로
후쿠시마 이후 '원전 신·증설 안 한다' 방침 뒤집나
재가동 관련 여론 변화... 신설까지는 논란 이어질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차세대 원자력발전소의 개발과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침이 확정되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 신·증설은 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이 180도 뒤집히는 것이다.

‘후쿠시마 트라우마’로 인해 원전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 이번 판단의 배경으로 보인다.

차세대 원전 개발·건설, 기존 원전 가동시한 연장 등 연말까지 결론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관저에서 열린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행회의’에서 “차세대 원전 개발·건설 등 제시된 여러 방안에 대해 연말까지 구체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계속되는 전력 부족 사태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2050년을 목표로 한 중장기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방침 전환이 필요하다고 시사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원칙적으로 40년, 최장 60년인 원전의 가동시한 연장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원전 안전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운전 기간에서 제외하는 등 실질적으로 가동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찾는 한편, 법 개정을 통해 60년이라는 기한을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당장 내년의 전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여름쯤 기존 원전 7기를 추가로 재가동하는 등 기존 원전 재가동에도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 심사를 통과한 원전이 17기인데, 이 중 10기는 재가동이 확정됐으나 7기는 아직 지역 주민 동의를 얻지 못했거나 안전 공사가 늦어져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전력 부족으로 국민 여론 변화

뿌리 깊은 ‘원전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가 원전 신설 검토를 천명한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잦은 전력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여론이 점차 변화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이 매년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19, 20일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원전 재가동 찬성이 38%, 반대가 47%로 나타나 처음으로 반대 의견이 50%를 밑돌았다. 전년도 조사에선 찬성 32%, 반대 53%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장기화하고 일본 국민이 30년 만에 첫 물가고를 경험하면서 여론 변화 움직임은 더 커졌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 후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규제 기준을 충족한 원전 재가동에 대해 물었더니 찬성이 54%로 절반을 넘었다.


차세대 원전 안전성, 기존 원전보다 낫다지만... 논란 예상

다만 원전 재가동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신설까지 긍정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어,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가 굳이 ‘차세대 원전’을 콕 집어 강조한 것 역시 뿌리 깊은 안전성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차세대 원전이 기존 원전에 비해 크게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앞서 경제산업성 심의회는 최근 차세대 원전 중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인 개량형 경수로를 개발해 2030~2040년대에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개량형 경수로란 지진을 견디는 내진성을 높이고 노심(원전의 중심부) 냉각 수단을 다양화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발생한 ‘멜트 다운(노심 용융)’이 일어나기 어렵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냉각 수단을 다양화해도 기본적으로 경수로이므로 물을 사용해 냉각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심의회가 2안으로 제안한 ‘소형 모듈형 원자로’는 사고 시 대규모 원전에 비해 피해가 작지만, 그만큼 채산성이 떨어진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어느 나라보다 큰 만큼, 앞으로 차세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도 활발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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