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허용 덕에 아픈 등산객 찾았죠" 규제개혁특구단 상설화 추진

입력
2022.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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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특구단 연말까지 활동 기한 연장될 듯
3년 동안 149개 특례 부여 등 긍정적 평가받아
정부, 특구단 한시조직→상설화 추진 방안 검토 중
업계 "정부가 중소기업에 기회 준다는 의지 보여줘"


# 2020년 7월 강원 원주시 소금산에서 흥미로운 실증이 진행됐다.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가슴팍에 붙이는 심전도 패치를 나눠주고, 1시간 동안 이동하면서 심전도와 위치 정보를 수집한 것.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원주 세브란스병원의 원격모니터링센터에 전송해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원격 의료는 금지돼 있지만, 강원도가 2019년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기에 가능한 실증이었다.

5개월 가까이 진행된 실증에 2,000여 명이 참여했는데, 그중 318명에게서 이상 증상이 확인됐다. 의사는 이 중 296명에게 진료받을 것을 권유했고, 그에 따라 내원한 30명을 진찰했더니 7명에게서 몸에 문제가 있음을 찾아내 시술 또는 약 처방을 내렸다.

이번 실증으로 심전도 측정 서비스에 대한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오면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이를 토대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개정안은 상임위에 계류 중으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의료인이 없어도 개인이 직접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심장 상태와 관련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의료서비스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된다.

규제자유특구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규제자유특구기획단(특구단)을 정규 조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 혁신 기조와 맞물려 특구단 기능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국무회의서 특구단 활동 기한 연말로 연장될 듯


2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규제자유특구는 2019년 7개에서 올해 32개로 늘었다. 규제자유특구는 모든 신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지역 단위 규제샌드박스를 지정·운영하는 제도다.

특구단에 따르면, 그동안 149개 규제에 특례를 부여해 75개 실증 사업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출원한 특허만 452개에 달한다. 그 결과 3년 동안 특구에 참여한 혁신기업들의 실증 관련 매출과 투자 금액은 각각 951억 원, 2조7,000억 원을 기록했다. 특구 참여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2,998개 생겨나는 등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25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이달 말까지인 특구단 활동 기간을 12월 말로 연장하고, 장기적으로 특구단을 정규 조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기획총괄과와 규제자유특구과 등 2개 과에 글로벌 혁신 특구과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혁신 특구 조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권역별 혁신기업의 지역 유치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 특구를 지정하고 투자 및 규제 특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선 신산업 분야에서 중소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위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 정부가 공감한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벤처들에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며 "보다 폭넓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활동 기한이 연장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규 조직화 여부는 연말쯤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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