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리버풀을 이겼지만 팀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구단의 파행을 참다 못한 팬들이 거리로 나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맨유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2~23시즌 EPL 3라운드 리버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고대하던 시즌 첫 승이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 자리한 팬들은 이날 승리와 별개로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의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지 매체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에 따르면 맨유 서포터 그룹 중 하나인 ‘더 1958’은 올드 트래포드 인근 술집에서부터 올드 트래포드의 랜드마크인 트리니티 동상까지 행진하며 “탐욕스러운 집단이 세계 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축구 클럽을 조직적으로 아사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유 팬들이 이처럼 분노한 결정적인 이유는 팀이 이번 시즌 첫 두 경기에서 연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맨유가 개막 2연패를 당한 건 EPL 출범(1992년) 이후 처음이다. EPL의 전신인 풋볼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101년 만에 일어난 ‘참사’다. 특히나 상대적으로 약체인 두 팀을 상대하면서도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점이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우선 맨유는 7일 개막전이었던 브라이튼과의 대결에서 1-2로 패했다. 브라이튼은 최근 3년간 15위-16위-9위를 기록한 만년 중하위권 팀이다. 그런데도 맨유는 이날 경기 내내 끌려 다니다 승리를 내줬다. 양팀의 첫 맞대결이 펼쳐진 1909년 이후 113년 만에 맨유가 홈 경기에서 브라이튼에게 패하는 ‘불명예 역사’도 썼다.
2라운드 브렌트포드와의 경기는 더욱 처참했다. 맨유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4 참패를 당했다. 브렌트포드는 1947년 2부 리그로 강등된 후 주로 3~4부 리그를 오가다 지난 시즌 1부 리그로 승격한 팀이다. 여러 모로 맨유와는 체급차가 난다. 그럼에도 맨유는 전반 35분 만에 무려 네 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맨유의 ‘상징’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팀을 이끌던 1986~2013년 무려 31개의 우승트로피를 수집하고, 1999년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리그·FA컵·유럽챔피언스리그(UCL) 3관왕)을 달성하며 ‘명가’라는 칭호를 받았던 과거가 무색해지는 경기였다.
전문가와 팬들은 맨유 부진의 근원으로 글레이저 가문의 이해할 수 없는 운영을 꼽는다. 리버풀의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이번 시즌 맨유 영입망에 이름이 오르내린 프렝키 더용(바르셀로나)·아드리앙 라비오(유벤투스)·카세미루(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유로 이적 확정) 등을 언급하며 “그들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여기서 계획이 무엇인가? 전략이 어디 있나? 너무 부끄럽다”며 공개적으로 맨유 수뇌부를 비판했다. 장기적인 계획없이 이름값에만 치우친 영입을 지속해 팀의 재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시즌 영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인 예다. 맨유는 2021년 8월 거액을 들여 당시 36세였던 호날두를 영입하고도 EPL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승점인 56점을 기록, 6위에 그쳤다. 4위까지 주어지는 UCL 진출티켓도 놓쳤다. 설상가상 호날두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이적을 요구하며 연습에도 불참하는 등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맨유의 레전드 게리 네빌마저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를 매각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들은 현금이 떨어질 때면 맨유로부터 돈을 인출해 가곤 했다. 배당금, 수익 등 자신들의 몫을 챙기기 바빴다”며 구단주가 팀의 재건보다 본인들의 이득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에서는 맨유의 구단주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영국 최고의 부호 중 한 명인 짐 래트클리프가 구단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래트클리프는 석유 화학회사 ‘이네오스’를 설립해 큰 돈을 벌어들인 억만장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