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캐비닛이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인 섀캐피플에서는 매달 이달의 질문이라는 설문을 진행하고, 월말에 그 답들을 모아 함께 리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달 질문은 '내가 ○○당 대표라면'이다.
마침 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있기도 했지만 대선과 지선 이후 각 정당이 미래 비전과 리더십 등을 놓고 재정비하는 시점이어서, 이 질문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싶어 이달의 질문으로 결정했다.
"만약 당대표가 된다면 어느 당의 대표가 되고 싶으신가요? 만약 ○○당 대표가 된다면 맞닥뜨릴 어려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당을 어떤 당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요? ○○당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당 대표로서 당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위의 일들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대표 임기가 끝났을 때 목표한 내용은 얼마나 이루어져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당대표 되기 전과 되고 난 후를 생각해 본다면 본인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 같나요?"
직업 정치인이 아니고서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일 수도 있을 텐데 사람들은 진지하다. 설문지 앞에 마주 앉은 순간에는 본인을 ○○당 대표라 생각하고, 당대표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과 그 일을 해낼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당대표라는 자리를 잘 이끌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자신이 갖췄나 살펴보고, 당대표라는 자리가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을지 생각해 보며 낯선 설렘과 부담감도 함께 느껴본다.
섀도우캐비닛을 운영하면서 매번 놀라는 것은 사람들은 생각 이상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생각 이상으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입법부든 행정부든 사법부든, 국회든 지방의회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자신과 생각이 같든 다르든, 우리 사회의 방향을 잡고 가야 할 주체들이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정치가 우리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질문을 던져주기를 바란다. 동료 시민으로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나설 준비 또한 되어 있다. 정작 정치가, 정부가, 정당이, 정치인이 시민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아갔으면 좋겠는지,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맞닥뜨릴 어려움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우리에게 묻지 않는다.
왜 질문하지 않을까. 시민들의 의견이 필요하지 않아서일까, 물을 질문이 없어서 질문하지 않는 것일까. 공동체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물을 질문이 없다는 것은,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내달리는 것만큼 공동체에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물을 질문이 없어서가 아닌, 물을 필요가 없어 질문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안전해 보이는 이유,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우선 우리라도 질문하기를 쉬지 말자고 다짐하며, 다음 달에 던질 질문을 부지런히 찾는다. 설문지에 담긴 보석 같은 답변을 우리 사회에 잘 흘려보낼 방법을 부지런히 만든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사과나무를 성실히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