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효과 키우려면 대·중소기업 협력구조 절실"

입력
2022.08.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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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생태계' 전문가 장원준 연구위원




"지금까지 한국 방위산업은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할 이유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기업 편중 현상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국산 무기 대규모 수출을 계기로 방위산업계의 대·중소기업 간 협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생산과 수출 모두 대기업에 편중된 국내 방산업계의 격차 문제를 개선하려면 수출 확대와는 별도로 추가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2019년 국내 최초로 '방산 생태계 대응역량 평가지표'를 개발해 대·중소기업 간 격차 실태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전문가다.

장 연구위원은 17일 본보 인터뷰에서 "국내 방산업계의 대·중소기업 협력 수준은 올해 대규모 수출 등으로 개선된 것을 감안해도 미국의 약 60%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국 방산이 유럽·중동·동남아에서 연이어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수출 확대로 인한 부가가치가 중소 협력사까지 잘 배분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방산 수출에서 대기업 비중 87%

실제 산업연구원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방산 매출액에서 대기업의 비중은 71.9%였고, 수출액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7.2%에 이르렀다. 장 연구위원은 이처럼 방산업계가 대기업 중심이 된 주요 원인으로 △검증된 해외수입품에 대한 선호도(국내 부품업체 배제) △주요 부품 국산화나 연구개발 사업 부진 등을 꼽았다. 그는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일부 개선하고 있으나 여전히 다른 산업과 비교해 대기업 편중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부품 국산화에 힘쓰는 중소업체를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은 관행도 문제로 지적됐다. 장 연구위원은 "방산업계 대·중소기업 간 협력 수준은 5점 만점에 2.67로 보통 수준(3점) 이하"라고 말했다. 그는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정부가 정한 무기 개발의 촉박한 시한을 맞추려면 검증된 해외 부품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부품업체와 협력할 유인 요소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방산 생태계 역량은 미국의 60%

장 연구위원은 방산업계에 상존하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업계 자체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산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 대부분이 검증된 해외 부품을 들여와 무기체계 조립에 치중한 대기업으로 갔고, 중소기업은 어렵게 부품 기술을 개발해도 이미 형성된 공급 구조를 뚫기 어려워 추가 투자 여력을 키우지 못했다.

그는 방위산업 생태계 역량을 생산성, 강건성(대·중소기업 간 협력 등), 혁신성 등 14개 지표로 평가했는데, 그 결과 국내 방산 생태계 역량은 미국(100) 대비 생산성 58.7, 강건성 58.5, 혁신성 63.9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수준을 나타내는 강건성이 58.5로 가장 낮았다.

장 연구위원은 무기산업 생태계를 건전하게 키우려면 민간 기술기업이 시장에 쉽게 진출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가 2015년 국방혁신유닛(DIU)을 다름 아닌 실리콘밸리에 설치한 것이 좋은 예다. 국방에 적용 가능한 정보통신(ICT) 기술을 빨리 찾아 군 무기체계에 적용하자는 취지에서 설치됐다. 이때 미국 정부는 DIU 활성화를 위해 무기체계 도입을 위한 제도를 전면 개선했고, 신속획득(무기도입)제도를 신설해 기존에 15~20년 걸렸던 국산 무기도입 기간을 4, 5년으로 대폭 줄였다.

민간 기술을 끌어들여 무기 개발의 속도를 높인 대표적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보병장비인 통합시각증강시스템(IVAS)이다. IVAS는 증강현실을 적용해 엄폐물 뒤에 숨은 적까지 탐지 가능한 장비다. 장 연구위원은 "MS는 2019년부터 시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완료했고, 즉시 미 정부와 10년간 200억 달러 규모의 양산계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장 연구위원은 "MS 사례를 한국 체계에 적용할 경우 약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 기술기업의 방산업계 참여 및 양산을 시스템으로 보장하면 스타트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고 추가 고용도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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