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필수의료에 대한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한다. 또 과잉의료를 막기 위해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재평가하기로 했다. 사실상 전 정부의 핵심 보건정책인 '문재인케어'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복지부는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의료진이 기피하는 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공정책수가란 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곳에 별도 수가를 매겨 보상을 강화하는 제도다. 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다.
뇌동맥류와 개두술 등 기피 분야, 소아·분만 등 수요 감소 분야가 대상이다. 대동맥 박리, 심장, 뇌수술 등 위험도가 높은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정책 가산 수가를 인상하고, 어린이병원 등 적자가 발생하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병원의 초음파·MRI 촬영 유도로 발생하는 과잉진료도 손본다. 초음파·MRI 건강보험 급여를 재평가하고, 외국인 피부양자 기준 개선과 건보 자격 도용 방지도 강화한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야간에도 초음파와 MRI를 찍는 병원이 있고, 1년에 500일 이상 외래진료를 받는 사람이 연간 500명 이상"이라며 "건강보험증을 확인하지 않는 병원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건보재정 손실 문제가 지적된 초음파·MRI 등에 대한 건보 적용을 줄여 다른 데 쓰겠다는 뜻이다. 감사원이 앞서 초음파·MRI 급여가 건보 재정건전성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했는데, 복지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케어를 폐기하는 수순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해 업무보고엔 '표적방역'이란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2년 7개월의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정밀화된 방역·의료체계를 추진한다는 취지다. 감염취약시설에 한해 '표적화된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2027년까지 권역감염병병원을 5개 설치해 비수도권 의료 공백을 해소할 계획이다.
또한 복지부는 0~5세 영유아 대상 '보육·유아교육 통합(유보통합)' 추진에도 속도를 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계적 통합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주무부처 결정과 부서 통폐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선 '국회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달 안에 재정계산에 착수하고, 국회 연금특위 논의 내용을 반영해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세밀한 의견수렴과 치밀한 실증자료를 기반으로 초당적, 초당파적 국민합의를 도출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건보 급여 재평가에 대해 "방만한 건보재정 지출을 정밀 점검해 필수의료기반과 중증치료 강화에 중점을 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