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가요계, 독특함이 승부수가 된다

입력
2022.08.24 09:24
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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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독특함으로 가요계 입소문 탄 주역

새로운 문화·개성에 열광하는 MZ세대의 니즈와 상통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음악 시장 내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다양한 장르와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가수들이 하루가 머다하고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덕분에 지금 국내 가요계는 인기 아이돌 그룹, 혹은 이미 이미 익히 이름을 알린 기성 가수가 아닌 이상 경쟁 구도에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이들에게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을까.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성장세를 기록한 대표적인 가수들은 래원과 시온(Sion, 정시온) 등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MZ세대에게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은 가수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들을 특별한 예로 구분한 이유는 두 사람이 가진 공통점 때문이다.

래원과 시온이 가요계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창법과 음악적 특색 덕분이었다.

먼저 래원의 경우 가사의 개연성 대신 플로우와 라임에 극단적으로 치중한 래핑과 자신만의 독특한 톤으로 힙합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일례로 그의 대표곡인 '느린심장박동'의 경우 가사만 보면 '느린 심/장 박동/너네 진/지한 말도/너무 거/대한 파도/날 이제/놔줘' 등 좀처럼 뜻을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힙합의 주요 요소인 라임과 플로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재치있는 래핑 스타일을 완성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개성있는 스타일에 열광하는 MZ세대의 반응은 달랐다. 이들은 래원의 신선한 스타일에 주목했고, 이는 자신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이어가며 입지를 확장했다.

비교적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온(Sion)은 마미손이 설립한 힙합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로 최근 유튜브 라이브 콘텐츠를 통해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인 음악 세계가 조명받으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당초 랩을 주력으로 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현재 소울 보컬에 집중한 음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독일 '더 보이스 10'의 최연소 준결승 진출자라는 타이틀답게 탄탄한 실력을 이미 입증한 바 있는 시온의 음악색은 굉장히 독특하다. 그의 재지하면서도 힙한 음색은 그야말로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증명하듯 일명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기 전까지만해도 몇 천 명에 불과하던 시온의 SNS 팔로워는 어느덧 수만 명을 훌쩍 넘은 상태다. (물론 화제를 모은 그의 유튜브 출연 영상들은 수백 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래원과 시온의 성공 사례가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가요계는 물론 문화 전반을 이끌고 있는 MZ세대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물론 여전히 대중성과 팬덤을 아우를 수 있는 스타들의 성공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독특함 그 자체로도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시대다. 대중성의 벽에 가로막혀 고민을 거듭해왔던 이들에게는 실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갓 MZ세대의 시대가 열린 만큼 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니, 이 역시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보다 넓어진 기회의 문 속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스펙트럼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을 알릴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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