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冠狀動脈ㆍcoronary artery)은 대동맥에서 나눠져 심장 근육 자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관상동맥은 심장 표면 위의 여러 소동맥으로 갈라지며 심장 근육을 감싸고 있다. 왕관 모양이어서 ‘관상(冠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상동맥이 지방 축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근육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가슴 통증ㆍ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 협심증(관상동맥이 좁아져 나타남)과 급성 심근경색(관상동맥이 막혀서 발생)이 대표적인 관상동맥 질환이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병원 도착하기 전에 4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돌연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2020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관상동맥 질환 등 심장 질환이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에 올랐다.
관상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협심증은 안정성과 불안정성으로 나뉜다. ‘안정성 협심증(stable angina)’은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나타난다.
그런데 혈관이 더 좁아지거나 콜레스테롤 같은 기름기와 각종 노폐물이 엉겨 붙으면 혈관 속 동맥경화반이 파열될 수 있다. 그러면 안정을 취해도 가슴 통증이 생기고 식은땀이 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10~20초에 그쳤던 통증이 몇 분씩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불안정성 협심증(unstable angina)’일 수 있다.
가슴 통증이 발생할 때 왼쪽 팔, 목, 턱 또는 등으로 통증이 퍼져나갈 수 있다. 이는 협심증일 때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통증 패턴으로 이를 방사통(放射痛ㆍradiating pain)이라 한다. 하지만 20~30%에서는 이러한 전형적인 가슴 통증이 생기지 않고 속 쓰림, 구역질, 복통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병극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운동할 때 숨이 가쁘고 통증이 생겨도 대개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이라며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할 때 ‘가슴이 타는 듯하다’ ‘숨이 차 헐떡거린다’ ‘뻐근하다’ ‘따갑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협심증 등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협심증은 혈관조영술(혈관에 조영제를 넣은 뒤 X선 촬영해 혈관 모양을 알아낸다)ㆍ초음파검사ㆍ광간섭단층촬영(OCTㆍOptical Coherence Tomographyㆍ심장 혈관 내부를 3차원 이미지로 상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 심장 혈관 영상 장치) 등 심장 혈관 영상 검사로 알아낸다. 혈관 기능 소실 여부를 수치로 정확히 제시하는 혈관 기능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협심증의 경우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피를 묽게 해 혈관이 막히는 것을 예방하는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 동맥경화 진행을 막고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스타틴계 약, 통증을 조절하는 협심증 약 등을 복용한다.
평생 협심증 약을 먹어야 하므로약 복용을 꺼리는 환자가 있는데 평생 먹어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기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증상 유무와 진행에 따라 약물 개수와 용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하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stent) 시술을 한다. 스텐트 시술이 점점 환자 맞춤형으로 최적화(optimization)되고 있다. 약물 코팅된 스텐트가 나와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재협착률도 5% 미만으로 줄었고, 재질도 아주 얇아졌다.
혈관 영상 기술 발달로 스텐트를 병변에 정확히 넣어 제대로 부착됐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법도 크게 발전했다. 시술 후 약 복용 기간도 1년에서 6~9개월, 더 짧게는 3개월 미만으로 줄었다.
재협착ㆍ심근경색ㆍ뇌졸중 등을 예방하기 위해 먹는 약도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플라빅스)ㆍ티카그렐러(브릴린타) 등 P2Y12억제제를 병용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ual Antiplatelet TherapyㆍDAPT)’이 쓰이고 있다.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ㆍ혈전ㆍ혈관 수축 등으로 완전히 막히면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된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극심한 통증이 오래 지속된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병원 도착 전에 40%가 사망하고, 병원 도착 후 적극 치료해도 5%가 목숨을 잃는다.
급성 심근경색의 주증상은 숨이 차거나, 가슴이 뻐근하거나 뜨겁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이다. 특히 가슴 가운데 통증이 느껴진다. 드물게 가슴 왼쪽이나 오른쪽, 배 부위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상복부 통증, 구토, 어지러움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를 위장병·두통으로 오인해 소화제·두통약을 복용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통증이 15~30분 이상 지속되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1시간 이내 치료해야 후유증이 거의 남지 않는다. 그 이상 넘어가면 생명이 위험하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근경색은 40대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젊다고 안심하지 말고 위험 인자나 잘못된 생활 습관이 있다면 질병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 개선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급성 심근경색의 표준 치료는 스텐트 시술이다. 가슴을 여는 대신 허벅지·손목·손등 혈관을 통해 그물망 형태의 스텐트를 삽입하고 이를 막힌 부위에서 벌려 혈관을 뚫는 치료법이다.
증상 발생 후 2시간 이내에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생존율 향상은 물론 심장 기능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빠른 처치가 가능하고 환자의 신체·경제적 부담이 적어 우리나라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90% 이상에서 스텐트 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하려면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5회 이상 40분간 시행하는 등 적절한 운동과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특히 협심증ㆍ심근경색 환자라면 퇴원 후에도 심혈관 질환 유발 인자를 관리해야 한다. 이 중에서도 ‘나쁜’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으면 낮을수록 더 좋다(the lower, the better)’. 따라서 수치를 70㎎/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좋다.
또한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고콜레스테롤혈증ㆍ고혈압ㆍ비만ㆍ60세 이상ㆍ흡연ㆍ가족력이 있으면 의심 증상이 생길 때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