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여전히 셌다... '트럼프 저격수' 체니, 생환 실패

입력
2022.08.17 14:35
와이오밍 공화 경선 트럼프 지지 후보에 패배
체니, 1·6 폭동 진상조사 이끌며 트럼프에 반기
트럼프 탄핵 찬성 공화 의원 10명 중 2명만 생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내 영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16일(현지시간) 실시된 11월 중간선거 미 와이오밍주(州) 연방 하원의원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리즈 체니 현 의원이 패배했다. ‘트럼프 저격수’로 불렸던 체니 의원을 떨어뜨리겠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짐이 먹힌 것이다.

이날 실시된 와이오밍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체니 의원은 오후 11시 기준 32%를 득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 지지한 헤리엇 헤이그먼 후보(64% 득표)에게 참패했다. 트럼프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체니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다. 체니 일가는 공화당 강세 지역인 와이오밍에서 영향력이 막대했다. 체니 의원은 2016년 선거 승리 이후 손쉽게 3선을 달성했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트럼프 지지자 난입 폭동 사태 후 그의 정치 운명이 엇갈렸다.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동 사태 책임을 강하게 비판했고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소추안에 찬성 표를 던졌다. 이후 미 하원 1ㆍ6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참여했다. 공화당 소속 진상조사위원은 2명에 불과했다. 체니 의원은 부위원장까지 맡아 1ㆍ6 사태 트럼프 책임론을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이에 공화당 경선에서 체니 의원을 떨어뜨리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언이 잇따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 헤이그먼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현장 지지 유세도 진행했다.


결국 트럼프의 공세에 체니 의원은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날 경선 패배 인정 연설에서 “2년 전 73%의 득표율로 이 경선에서 승리했고 쉽게 같은 길을 다시 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통령 선거 거짓말에 동의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내가 택할 수도 없고, 택하지도 않을 길이었다”며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체니 의원의 패배로 탄핵 찬성 표를 던졌던 공화당 의원 10명 중 이번 중간선거에서 당 후보 자리를 지킨 사람은 2명에 그치게 됐다. 4명은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고, 체니 의원 등 4명은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 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고 당내 정통 보수세력은 몰락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까지 집계한 공화당 경선 결과, 후보로 지명된 469명 중 약 250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은 사기'라는 잘못된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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