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도…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

입력
2022.08.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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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전선’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몰고 온 집중호우. 이는 이름 그대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 많은 비를 만들고 한곳에 머물며 폭우를 내려 큰 피해를 준다. 장마전선도 이에 속한다. 때늦은 장마라 해서 우리는 이를 ‘가을장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올해는 정체전선을 형성하며 유난히 중부지방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에 따라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지만, 남쪽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과 폭염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연휴 찾았던 경남 의령군도 여름 가뭄으로 힘들어하는 곳 중 하나다. 정체전선이 남하한다는 소식에 마을 분들과 함께 비를 기다렸다. 날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어두워질 무렵 세찬 빗줄기가 천둥·번개와 함께 찾아왔다. 마을 분들은 그토록 원하던 비가 쏟아지자 그동안 폭염과 가뭄에 목말랐던 논과 밭을 적셔주기를 바라며 막걸리 한잔으로 서로를 위로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조용해진 고향 집 처마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목마른 나뭇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튕겨 나가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내가 나무가 된 듯 입에 침이 고인다. 문득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 아니라 나뭇잎에 단풍이 물드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의 나무들에도 어렴풋이 단풍이 보인다. 다음 주에는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찾아온다. 이제 비는 그만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 단풍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