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이재명 방탄용' 논란을 빚고 있는 당헌 80조 개정안을 16일 통과시켰다. 이변이 없는 한 28일 전당대회에 맞춰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에 이재명 의원과 당대표를 두고 경쟁하는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일부 의원들은 긴급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전준위는 이날 회의에서 부패 연루자에 대한 제재를 규정한 당헌 80조 가운데 당직자 직무 정지 기준을 '기소와 동시'에서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 받은 이후'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비상대책위원회와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중앙위원회 표결로 최종 확정된다.
전준위는 현 당헌이 검찰의 정치탄압에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전준위 대변인 전용기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많은 의혹과 다양한 사안을 정부·여당이 야당에 제기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정치탄압이나 무작위 기소의 위험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무리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명계에서 주장하는 이재명 방탄 논란에는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비명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선 당대표 후보 박 의원과 최고위원 후보 윤영찬 의원을 비롯해 전해철·최인호·강병원·설훈 의원이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당헌 개정 관련 논의가 괜한 정치적 자충수가 되고 우리 당의 도덕적·정치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사당화' 논란도 재차 불거졌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무마하기 위해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특정인을 위한 졸속 당헌 개정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며 "이 개정으로 혜택을 보는 특정인과 특정 세력은 누구인지 국민이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문재인(친문)계 핵심인 전 의원도 이 개정안이 특정인을 위한 것으로 비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의원총회에서 전준위안에 반대했다.
친명계는 개정안 엄호에 나섰다. 양이원영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박 의원의 개정안 반대 발언에 맞서 "우리는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 조직이지, 성직자 조직이 아니다"라며 "권력 획득을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그런 '도덕주의 정치'를 강요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도종환·이원욱 의원 등 3선 의원 7명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지금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의원은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당헌 개정 필요성이 있다 해도 지금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참석한 의원들의 보편적인 의견"이라며 "불참한 의원들의 의견까지 다 들어서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초·재선 의원들도 개정안 관련 의견을 취합해 비대위에 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정안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공격의 대상이 되도록 방치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명백히 문제가 있는 사람만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 정의 아니겠는가"라며 당헌 80조 개정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