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남 창원시와 경기 수원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것은 정수장 관리 부실 때문이었다. 2년 전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을 때와 거의 비슷한 이유인데,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국의 노후 정수장 시설을 한꺼번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내년에도 수돗물 유충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16일 환경부는 수돗물 유충 사태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창원시의 경우 정수장 주변에서 발견된 종과 동일한 종이 정수 처리 공정마다 발견됐다. 외부에서 깔따구가 유입돼 알을 낳고, 이것이 부화해 유충 형태로 발견됐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여과지 건물 방충망이 일부 파손되거나 규격이 촘촘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정수공정 내부로 성충이 유입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전처리 약품을 주입하던 오존발생기 3대 중 2대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해 약품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이에 유충이 사멸하지 않고 번식, 성장해 수도관을 통해 가정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관리 부실'이었던 셈이다.
수원시 상황도 비슷했다. 방충 설비 미비로 활성탄지 내부로 깔따구 성충이 유입됐고, 6월 말 폭우가 쏟아지자 광교저수지에서 탁한 물이 유입되면서 바닥에 있던 깔따구 유충들까지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방충망 격자 간격이 크고 출입구·환풍기 등이 밀폐되지 않은 점, 오존 투입 설비가 고장 나 유충이 걸러지지 않은 점까지 창원시와 같았다.
환경부에서는 이들 시설에서 유충이 나온 이유로 '시설 노후화'를 언급했다. 박재현 환경부 물통합정책관은 "창원과 수원 모두 시설 노후화로 정상적인 작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국 485개 정수장이 있는데, 지자체로부터 시급한 131곳을 보고받아 우선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환경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485곳 정수장 대상으로 시행한 위생관리실태 특별점검 결과도 발표했다. 창원시와 수원시를 제외하고도 유충이 발견된 정수장이 27곳이나 됐다. 특히 강원 영월군 쌍용정수장의 경우 정수 처리 공정이 모두 끝난 가장 깨끗한 물에서 유충 한 마리가 발견됐다. 언제든 가정 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머지 26곳에선 물을 끌어오는 원수(11곳)와 부유물을 가라앉히는 침전지(2곳), 필터와 활성탄으로 미생물 등을 걸러내는 여과지 및 활성탄지(13곳) 등 정수 단계별로 유충이 나왔다. 특히 여과지와 활성탄지에서 유충이 발견된 경우 끝까지 걸러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처리공정을 강화하거나 미세차단망을 설치하는 등 긴급조치가 시행됐다.
문제는 수돗물 유충 문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20년에는 인천과 부산 등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 당시에도 지자체와 지역 환경청이 정밀조사에 나서 △방충망 시설 미비 △주기적 청소 미비 등을 원인으로 짚은 바 있다. 같은 원인이 계속해서 지적됐는데도 2년간 개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 예산 추가 확보를 위해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예산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년 이상 된 정수장이 많아 차례대로 시설 개선 작업을 하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먹는 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깔따구 유충을 수질감시 항목으로 지정해 매일 점검할 예정이며, 정밀여과장치 등 유충 유출 차단장치를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