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확정돼도 소속기관 통보는 無... '공무직'은 공무원? 노동자?

입력
2022.08.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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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에서 일하지만 근로기준법 적용
청렴 의무·부패행위 기준 기관마다 제각각
공무직 노동자 60만... 법제화 필요성 대두

올해 3월 서울 한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노동자 김모(47)씨는 술집에서 일행과 술을 마시다가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김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달 11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통상 공무원이 벌금 3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되며, 형사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직위해제된다. 그러나 ‘공무직(무기계약직)’인 김씨에게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국가공무원법’과 같은 마땅한 근거 법령이 없었던 탓이다.

공무직은 공무원일까, 노동자일까. 하는 일은 공무원이지만, 신분은 노동자인 공무직의 이중적 속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니 청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과 엄연한 노동자인 만큼 지나친 규제는 부당하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업무는 공무원, 신분은 노동자... '이중적 속성'

공무직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무직으로 전환하면서 규모가 대폭 늘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약 60만 명이 공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분류돼 인사관리규정은 공공기관마다 들쭉날쭉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미비한 징계 기준이 대표적이다. 범죄 사실이 확정돼도 이를 기관에 통보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지난해 경북 울릉군청에서는 공무직 직원이 성추행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버젓이 근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울릉군 관계자는 “공무원은 판결문 등 사건 기록을 자치단체로 통보해 조치할 수 있으나 공무직은 제외돼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직을 공무원으로 보는 쪽에선 이들에게도 ‘품위 유지 및 청렴 의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17일 “공무직도 공적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상 사기업보다 기준이 엄격해야 한다”며 “형이 확정되면 소속기관에 통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발표한 ‘공공부문 성범죄ㆍ음주운전 징계 실효성 제고 방안’에서 “수사 사실이 통보되지 않아 자진 신고나 자체 적발이 없으면 징계 처분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7월까지 징계 기준을 마련할 것을 중앙행정기관 등 각급 기관에 권고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무직 역할·책임 범위 정해야... 법제화 시급

반면 공무직 측은 당사자 동의 없는 일방적 수사 사실 통보에 반대하고 있다. 이경민 경찰청공무직노조위원장은 “공무직은 노동자로 국민연금 적용대상”이라며 “업무 책임과 권한 측면에서도 제한이 큰데 수사단계부터 기관에 통보하는 것은 개인정보 위반”이라고 말했다.

해결책은 결국 ‘법제화’에 있다. 적절한 징계가 공공기관의 신뢰와 직결되는 점을 감안해 공무직의 역할과 책임 범위를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근 아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더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면 그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과 혜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만큼 공무직 직위를 분명하게 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도 “안전장치 없는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꼴”이라며 법제화에 동의했다.

다만 법제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지자체 등 각 기관과 제각각인 시행규칙을 포괄하는 법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부 공무직위원회 기획단 관계자는 “공무직 법제화 논의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결론을 내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