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OUT' 성남 모란시장... 아직도 도축된 개들 버젓이 판매

입력
2022.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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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10개 점포서 개고기 판매
말복 앞두고 1kg에 3만~5만 원 흥정
대구 칠성시장도 13개 점포서 판매
동물단체, 모란·칠성 시장 앞서 시위

말복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시장 입구. 공영주차장 맞은편 점포 간판에 ‘영양탕’ ‘보신탕’ 등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점포에 다가서자 냉장고 안에는 ‘개고기’가 보관돼 있었다.

특정 점포만이 아니라 주변 6곳 점포에서도 ‘보신탕’ 간판이 보였고, 실제 냉장고 안에선 도축된 개고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한 상인은 “개고기 사러 왔느냐. 배받이, 갈빗살, 다리살 부위 등 다양하다”며 “부위에 관계 없이 1kg에 3만~5만 원 한다”고 흥정을 시도했다. 그는 “과거에는 (점포에서) 직접 개를 잡았지만 지금은 도축장에서 별도로 잡아와 위생적"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2016년 환경정비 업무협약 후 개고기 아웃?

한때 국내 3대 개고기 시장으로 유명했던 성남 모란시장에선 중단됐다고 알려진 개고기 판매가 10여 개 점포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아직 폐쇄되지 않은 대구 칠성시장에 남은 개고기 판매 점포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모란시장 개고기 논란은 2016년 12월 성남시와 상인들이 ‘모란시장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업무협약에서 상인들은 판매 목적의 개고기 보관과 전시, 도살 중단은 물론 관련 시설 폐쇄까지 합의했다. 대신 성남시는 상인들의 영업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인하된 임대료로 건물주와 재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 또 개고기 판매 점포가 업종을 전환할 경우, 저금리 대출 알선과 성남시 소유의 공실 점포 입주권 부여 등도 약속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협약식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누구도 해결 못한 50년 숙제를 해결했습니다. 모란시장 개고기 논란 OUT’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최근까지 모란시장 개고기 판매는 완전 중단되지 않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시 협약은 개를 가두거나 살아 있는 개를 판매하는 행위, 도축하는 시설을 모두 없앴다는 의미”라며 “개고기 판매까지 중단시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성남시 해명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반박한다. ‘행강’ 등 동물보호 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은 지난 13일 모란시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개 식용 종식 및 모란 개시장 철폐, 개 사체 전시 판매 단속을 촉구했다. 박운선 행강 대표는 15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현재 모란시장에는 10여 개 점포가 매달 40~50마리씩 도살한 개를 들여와 보관하고 있다”며 “마장동 축산물시장처럼 개고기를 버젓이 전시해 판매하는데 ‘개고기 아웃’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칠성시장서도 동물보호단체 시위

이날 대구 칠성시장에서도 14개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동물권 대국민연대’의 개 시장 폐쇄 요구 집회가 열렸다. 칠성시장에는 보신탕 판매업소 4곳과 건강원 9곳 등 13곳에서 여전히 개를 식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현행 식품위생법상 개는 명백히 식품 원료가 아니다"며 "개의 지육을 유통 판매, 원료로 가공·조리하는 모든 영업장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식약처는 개를 식용 원료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단속과 처벌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의지로 칠성 개 시장 철폐를 해내길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반려견 순심이를 키우고 있는 홍 시장은 "개를 식용으로 활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칠성시장에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된다.




임명수 기자
대구=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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