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규모 경제 지원책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일본을 향해선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과 관련한 국정쇄신 메시지는 언급하지 않아 취임 100일 기자회견(17일) 때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5월 취임사에서 처음 밝힌 대북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이번에 5대 지원 방안으로 구체화했다. 대규모 식량공급,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과 공항 현대화, 농업 기술지원, 병원과 의료 인프라 지원, 국제투자·금융지원 등이다.
북한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역대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과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번 5대 제안은 경제난 해소에 긴요한 만큼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대통령실도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경제지원을 적극 강구하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며 유엔 대북제재의 일부 면제까지 협의할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북한 안보 우려 해소 방안으로 “군사·정치부문 구상도 준비돼 있다”면서도 정작 이번 제안엔 빠뜨렸는데 보완이 필요하다. 핵개발 명분인 체제 안전보장이 없다면 북한 호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와 관련,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계승을 공식 천명해 미래지향적 관계로 복원해 나갈 뜻을 밝혔다. 일본을 ‘이웃’으로 칭한 윤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해결될 수 있다”면서 구체적 요구는 하지 않았다.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유감스러운 행태에도 미래에 방점을 둔 관계 개선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8·15 경축사는 대통령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연설문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광복, 독립운동의 현재적 의미를 자유와 인권으로 재해석해 국정 비전에 담으려 했다. 그 연장선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건국절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과거 같은 소모적 논란과 단절하겠다는 긍정적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