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한때 100명 아래로 떨어졌던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수가 한 달 새 7배나 급증했다. 위중증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탓에 조만간 '병상 부족 현상'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가 52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 달 전인 7월 15일(65명)과 비교하면 7배 증가한 수치다. 5월 말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던 위중증 환자 수는 6월 25일 50명까지 내려왔지만 두 달도 안 돼 10배 수준으로 뛰었다.
그러나 "증가세는 이제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500명대의 위중증 환자가 발생한 건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오르내리던 지난달 말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15만 명을 찍은 이달 10일 이후 상황은 최소 1주일 뒤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위중증 환자는 보통 확진자가 급증한 뒤 1, 2주 시차를 두고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쯤 위중증 환자가 1,000명 안팎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고유량 산소치료를 받는 호흡기 중환자만 1,000명 수준이며, 비호흡기 중환자 수까지 더하면 1,300명 이상 나올 수 있다. 이는 하루 확진자가 62만 명까지 급증했던 3월 상황에 맞먹는 수준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비호흡기 중환자까지 더하면 1,500명이 정점이 될 것"이라며 "오미크론 대유행 때 상황과 비슷한 건데, 거꾸로 말하면 지금은 검사를 피하는 '숨은 감염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중환자가 이렇게 늘면 병상은 곧 포화상태를 맞을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병상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잠시 내려갔던 병상 가동률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위중증 환자 병상 가동률은 45%로 전날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의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71.6%까지 올랐다. 병상 가동률이 70%를 넘었다는 건 환자가 빈 병상을 찾아다니는 병상 부족 현상이 임박했다는 걸 의미한다.
정부는 이번 6차 대유행은 확진자 수가 10만 명 수준을 한동안 유지하는 '긴 꼬리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위중증 환자는 오랜 기간 수백 명이 나온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미 일부 지역에선 입원이 지체되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만큼, 정부가 병상 확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 교수는 "한동안 의료체계 관리가 힘든 시기를 맞을 것"이라며 "위중증 환자 병상 확보 못지않게 투석·분만·소아 등 특수치료병상 확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