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완화, 집값 안정 흔들지 않도록

입력
2022.08.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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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핵심 주택 정책이 될 '250만 호+알파(α)' 공급 대책이 16일 나온다. 주거 수요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에 공급을 집중해 주택시장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 아래 임기 5년 공급 로드맵이 제시된다. 역세권 용적률 상향, 민간 도심복합사업 특례 적용, 청년 원가 주택, 1기 신도시 재정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서울 강남권 공급과 직결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방안이다. 정부는 정비사업 규제를 풀어 임기 내 수도권 31만 호, 전국적으로 47만 호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간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단축(통합심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개편안을 대책에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최대 50%의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로, 그간 통보된 예정액이 최고 7억7,000만 원에 달해 서울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개편안엔 부담금 부과 초과이익 기준을 1억 원 이상으로 높이거나 부과율이나 부과구간, 이익 평가 기간을 조정해 부담금을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주택 장기보유 조합원의 부담 경감도 논의되고 있다. 규제 완화 찬성 측은 관련법(재건축이익환수법) 문제도 지적한다. 2006년 법 제정 이래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건만 초과이익 기준액은 그대로 3,000만 원이란 비판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계속됐던 서울 집값 상승의 주요인이 공급 부족이고,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사정을 감안하면 재건축·재개발이 현실적 공급책이란 정부 진단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 등으로 서울 등 과열지역 주택시장이 겨우 진정됐는데,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지나치게 풀려 투기 수요가 집값을 도로 자극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중한 주택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필요하다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강화 등 보완책도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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