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달린 이준석 명운... 법조계 "승소 쉽지 않지만 인용 사례도 있어"

입력
2022.08.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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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정당 민주주의 훼손·당헌 곡해 여부 관건
"관건은 중대 하자 입증" 이르면 17일 결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조계에선 인용 사례가 없진 않지만 기각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법원이 정당 차원의 의결을 최대한 존중해온 데다, 이 대표 측이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의 중대한 하자를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대표가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이 대표는 이달 10일 서울남부지법에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이달 초 최고위원회의와 전국위원회를 거쳐 의결한 비대위 구성을 없던 일로 해달라는 취지다. 비대위 출범으로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대표직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법원에 비대위 구성의 적법성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비대위 의결 과정에 절차적·실체적 위법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을 대리하는 강대규 변호사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비대위로 전환되는 모든 과정이 위법하다"며 "세간에서 논의되는 웬만한 위법 사유는 가처분 신청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서에는 △배현진·조수진 최고위원이 이달 2일 사퇴 선언을 해놓고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비대위 전환의 관문인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한 만큼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고 △현재 상황이 당헌상 규정된 비상상황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대위 구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측은 그러나 비대위 구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판사 출신인 주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분들이 상임전국위를 요구한 데 하자가 있더라도, 상임전국위가 이의 없이 열렸기 때문에 문제가 치유된다는 이론이 있다"고 밝혔다.

인용 사례 없진 않지만... 법조계 "승소 쉽지 않아"

양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법조계에선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정당 민주주의 또는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이 대표 측의 촘촘한 입증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은 그동안 '정당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는 전제에서 정당 의결에 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다뤄왔다"며 "이 대표 측이 중대 하자를 파고들지 않으면 승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에서 인용 사례도 있었다. 법원은 2011년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전국위원 A씨가 당을 상대로 제기한 당헌 개정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의사·의결 정족수를 현저하게 미달하면 의결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과반 소집·과반 의결도 귀찮은지 전국위원회 표결을 ARS(자동응답시스템)로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선 가처분 신청 기각 쪽에 좀 더 힘이 실린다. 과거 정당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최고위원들의 사퇴 선언만으로 '사퇴'가 됐다고 보기 어렵고, 당헌에 비대위 구성 요건을 보면 '비상상황 등'으로 적혀 있어 해석의 여지가 크다"며 "더구나 이 대표 측에 입증 책임이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결정된다. 가처분 신청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황정수)는 17일 오후 3시 1차 심문기일을 개최한다. 법원이 이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비대위 직무는 정지되고, 당은 직무대행 체제로 돌아간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