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남매를 인도네시아 체험동물원으로 반출하려던 서울대공원의 계획이 결국 취소됐다. 지난 3월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서울대공원이 멸종위기종인 침팬지 광복이 관순이를 국제 인증을 위반하고 동물쇼를 일삼는 인도네시아 동물원으로 반출하려 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트레이드하는 일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에 가입된 서울대공원이 침팬지들을 AZA에 가입된 동물원이나 혹은 AZA의 가입 기준에 부합된 곳으로 보내야 하는 규약을 위반하고 인도네시아의 체험동물원으로 보내려는게 문제였다. 더구나 침팬지 남매 중 관순이는 인공포육으로 키워지며 동물원에서 지내는 일상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이면서 서울대공원의 마스코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물이다. 이 같은 사실이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침팬지 남매의 반출 계획은 사람들과 동물단체들의 비난을 사며 반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처음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연이어 침팬지 기사를 보도하는 한국일보 기자는 대놓고 대공원 측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침팬지 광복 관순이를 사랑하는 시민들'을 꾸려 서울대공원과 서울시청 앞에서 매주 침팬지 반출 반대 집회를 벌이며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렸다. 서울대공원의 동물 반출을 반대하는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매주 열리는 집회는 폭염에도 빗속에서도 계속됐다.
서울대공원의 결정권자인 공무원들은 몇 번 하다 말겠지 하는 식으로 가볍게 보아 넘겼을 것이다. 그들은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동물단체와의 토론회에서 동물반출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동물거래 관행을 바꾸겠다, 하지만 침팬지 남매의 반출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굽히지 않는 시민들과 기자들, 단체들이 마땅찮았을 거다. 신문기사, 집회, 토론회에서도 계속 논점을 피하며 변명했다.
그들이 침팬지를 반출하는 이유는 구구절절했다. 반출하려던 인도네시아 동물원은 축복받은 기후환경을 가졌다가 첫 번째 이유였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대공원의 열악한 환경이 가슴 아프니 더 좋은 곳으로 보낸다가 다음 이유였다. 심지어 멸종위기종인 침팬지이지만 광복이 관순이는 종 보전에 도움이 안 되는 교잡종이라는 이유로 반출시키면서도, 인도네시아에 가서 번식용으로 쓰일 가능성에 대한 비판을 '시집, 장가' 보내는 마음이라는 식으로 포장해서 반출을 정당화하는 영상을 서울 시장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사실, 이번 반출 계획 철회는 동물의 입반출거래를 중개하던 중개업체가 커져 가는 비난 여론에 서울대공원에 계약철회를 요청하면서 무산된 것이 주된 이유다. 서울대공원의 자발적인 철회는 아니었다. 반출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날도 불과 3일 뒤엔 토론회를 할 예정이었다. 그만큼 서울대공원의 반출 추진 의지는 확고했다. 중개업체가 여론을 의식해서 금전적 손해를 보면서까지 계약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서울대공원은 침팬지 남매를 예정대로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누가 먼저든 이번 반출 계획 무산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은 한마디로 민심 무서운 줄 몰랐던 시절이었다. 정부나 공무원의 정책이, 그것도 동물 관련 정책이 추진되던 중에 철회된 적은 거의 없었다. 이슈가 되고 비난을 받더라도 '앞으로 잘하겠으니 이번은 좀 봐줘라'라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구차한 변명조차 없던 것도 많았다. 동물원 동물로 이렇게까지 크고 거센 비난을 받을 줄, 더구나 시민들의 집회가 매주 열릴 줄 몰랐으리라.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성공이었다.
서울대공원 측은 동물단체와 논의해서 '동물반출지침'을 만들고, 그 뒤 광복이 관순이 침팬지 남매가 AZA의 종 복원 기준에 부합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알렸다. 또한, 동물원에 있는 동안 사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 다시 같은 관행을 저질러선 안 될 것이다.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
항상 지켜보자. 광복이 관순이는 물론 다른 동물들도 두 번 다시 동물복지를 등 돌리고 멋대로 거래되는 일이 없도록. 이것이 바로 동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동물을 존중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