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중국을 떠날 때가 아니라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진짜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거든요."
박한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은 한중 수교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코트라에 입사해서다. 그 후 30년간 중국 관련한 업무만 전담했다. 중국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중국·대만·홍콩 등 '양안삼지(兩岸三地)'에 모두 주재한 진귀한 이력도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이자 한중 경제협력의 산증인인 셈이다.
서울 서초동 코트라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박한진 소장은 "10년, 20년 전부터 한국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잡겠다고 앞다퉈 진출했는데 사실 중국 내수시장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며 "인건비 줄이려 중국에 공장 지은 회사라면 철수를 고민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 십수억 명 규모의 소비 시장을 두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은 전략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비 트렌드가 국내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꾸준한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진 데다 고령화가 시작 단계에 들어섰고 최근엔 Z세대(1995~2009년 출생)가 소비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가 좋고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에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은 '전략 미스' 때문이라고 봤다. 박 소장은 "10년 전에 한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가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1위 브랜드가 되겠다고 무리하게 가맹점 수를 늘리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중국 커피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뛰어들어 서둘러 성과를 내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중국 경협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선 '성장통'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박 소장은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25년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5년 정도 냉각기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층 고도화되고 세분화한 협력 관계로 진화하는, '한중 경협 2.0' 시대를 앞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