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멸종위기종 침팬지 반출 관련 국제 인증 위반 논란(본보 3월 15일자)을 일으킨 서울대공원이 결국 침팬지 반출 계획을 철회했다. 본보 보도 이후(관련기사☞[단독] 서울대공원, 멸종위기동물 또 반출… 국제 인증 위반 논란) 동물 반입∙반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관련기사☞중개업자 끼고 동물거래? 서울대공원 관행 바꾼다)로 하는 등 개선책을 내놨지만 침팬지 반출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결정이다.
10일 서울대공원과 동물단체에 따르면, 서울대공원은 최근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의 반출 계약을 맺은 동물 중개상이 동물을 인수하기로 한 인도네시아 현지 검역 문제와 국내 비판 여론을 이유로 계약 철회를 요청해 옴에 따라 두 침팬지의 반출을 없던 일로 했다.
서울대공원은 광복이와 관순이를 동물쇼를 일삼는 인도네시아의 타만사파리로 보내는 대신 미국동물원수족관리협회(AZA)의 종 보전프로그램(SSP)에 따라 반출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반출지가 결정되기 전까지 현재 이들이 사육되고 있는 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김세곤 서울대공원 동물기획과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복지를 갖춘 곳을 찾아 반출하겠다"며 "반출 전까지는 조금 더 야생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도록 행동풍부화와 긍정강화 훈련 등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은 또 시민단체와 동물 반출입 논의기구를 만들고 동물 반입∙반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가이드라인 방향과 내용 등을 논의한다. 서울대공원은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201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 알락꼬리원숭이를 체험동물원으로 반출했던 것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침팬지 반출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자유연대 등 5개 동물보호단체는 이날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반출 철회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종 보전과 동물복지를 이유로 반출하려던 계획이 철회된 것은 번식용으로 수출될 뻔했던 두 마리 침팬지들에게, 기준 없이 거래 대상이 될 운명에 처했던 수많은 동물원 동물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침팬지를 꼭 반출해야 한다면 동물단체들은 그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다른 동물의 반입∙반출 계획도 면밀히 살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