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수도권과 중부지방의 호우피해와 관련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기록적 폭우였다고는 하지만 벌써 인명피해만 10명 이상 발생했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사과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현안에 대해 처음 사과한 것으로 이번 사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수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면서 진일보한 수해예방 대책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그것대로 지적돼야 하지만 재난을 두고 벌어지는 과도한 정치 공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호우 당일인 8일 귀가한 윤 대통령의 행태를 둘러싼 공방은 상식 이하다. 야당은 8일 밤 광화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오지 않고 자택에서 전화로 상황을 지시한 윤 대통령의 대처를 "재난 컨트롤타워 부재"라고 비판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대통령이 상황 전반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실시간 연락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재난 초기 대통령 이동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자택에서 상황을 지휘해도 큰 문제없다는 대통령실의 반론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이를 용산 집무실 이전 강행에 따른 출퇴근 리스크라거나, 혹은 "대통령이 스텔스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호우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치공세로 비칠 소지가 크다.
상습침수 구역인 강남 일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서울시 수방예산 삭감 사실이 논란이 되자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수방 대책 관련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는 식으로 반박한 것도 적절치 못하긴 마찬가지다. 900억 원가량 삭감된 올해 수방ㆍ치수예산은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편성했기 때문이다. 재난 예방과 대응에 대한 정책적 비판과 대응을 넘어선 정치적 공방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생산적이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