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모판막 역류증(mitral regurgitation)은 심장 내 승모판막(僧帽瓣膜ㆍ mitral valve)이 심장이 수축할 때 잘 닫히지 않아 피가 좌심실에서 좌심방으로 거꾸로 흐르는 질환이다. 이 중 판막(valve) 자체 이상으로 발생하면 '1차성 승모판막 역류증'이라고 한다. 중증이라면 심부전ㆍ돌연사 가능성이 높아 정확한 진단ㆍ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모판막 역류증 치료법은 개흉(開胸) 수술로 문제가 발생한 판막을 교정(valve reconstruction and/or annuloplasty)하거나 대체(valve replacement)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저 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경피적 판막 교정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국ㆍ유럽의 승모판막 역류증 진료 지침은 적절한 수술 시점 기준을 일률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해 개별화된 치료법이 없었다.
이에 따라 국내 연구진은 환자 특성에 맞는 적절한 치료 시기와 방법을 정하는 지침을 만들기 위해 잠재 계층 분석 기법을 바탕으로 환자에게서 특정한 임상 패턴을 탐색했다.
이에 이승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곽순구 전문의)·김대희· 이승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6~2020년 서울아산병원ㆍ서울대병원ㆍ분당서울대병원 등 3개 병원에서 수술받은 1차성 승모판막 역류증 환자 2,321명을 분석해 수술 예후와 관련된 5가지 임상 표현군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환자 1,629명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잠재 계층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5개의 독특한 임상 표현군이 관찰됐다.
표현군은 △제1군(최소한의 동반 질환 환자) △제2군(심한 좌심실 확장을 보이는 남성) △제3군(류마티스성 판막 역류증을 보이는 여성) △제4군(저위험 고령자) △제5군(고위험 고령자)으로 구분됐다. 제1~3군은 상대적으로 젊은 환자들이었다.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제5군(고위험 고령자)이 83.4%로 가장 낮았다. 이어서 제3군(류마티스성 판막 역류증을 보이는 여성, 91.7%), 제4군(저위험 고령자, 95.6%) 순으로 낮아졌다.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환자에게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이 표현군을 활용해 수술 후 사망을 예측했을 때 국제적 표준 위험도인 MIDA 점수와 비슷한 성능이 나타났다. 즉, 보편적인 위험성 예측 지표로서 잠재력을 가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가령 최소 동반 질환 환자(제1군)는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98.5%로 매우 높아 무증상이라도 조기 수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반면 동반 질환이 많은 고위험 고령자(제5군)는 수술 후 1년 이내 10% 이상이 사망하므로 수술보다 경피적 시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류마티스성 판막 역류증 여성 환자(제3군) 및 저위험 고령자(제4군) 또한 수술 후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 연구를 통해 주요 위험 인자도 밝혀졌다. 나이(고령), 성별(여성), 심방세동(心房細動), 좌심실 용적 증가, 좌심실 구혈 감소, 좌심방 확장, 삼첨판막(三尖瓣膜ㆍtricuspid valve) 역류 최고 속도 상승 지표가 수술 후 사망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곽순구 전문의는 “이번 연구로 승모판막 역류증 환자에게 다양한 임상 군집이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승표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표현군의 임상적 특징과 예후에 따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해 심장판막 질환 환자에게 정밀 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 심장학회지(Heart)’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