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부지방에 떨어진 '물 폭탄' 재난 가운데서 서울 내 두 구청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조를 이루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폭우 속에서도 전집 내 '꿀맛 식사'를 인증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반면,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비슷한 시간에 하천 수위 관찰과 더불어 수시로 현장 상황 업데이트에 주력하면서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구청장은 8일 오후 9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찌개와 전으로 식사를 하는 사진과 함께 "비가 내리는 월요일 저녁 업무를 끝내고 나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 배가 고파서 직원들과 함께 전집에서 식사하고 있다. 맛있는 찌개에 전까지 꿀맛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시태그로 #마포구청장 #박강수 #비오는날 등을 달며 나름대로 SNS에 능숙한 면모도 자랑했다.
이 포스트는 불과 몇 시간 만에 다른 의미로 박 구청장을 SNS 스타로 만들었다. 재난에 무감각한 태도가 지적되면서다. 박 구청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인터넷을 타고 퍼져 나가면서 네티즌들은 "서울이 물난리인데 이런 게시물을 올릴 정신이 있나" "해시태그는 비 오는 날이고 이름마저 강수(降水)냐" 등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논란이 일자 박 구청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현장을 점검하는 사진들을 올렸지만 이른바 '넷심(net 心)'은 이미 부정적으로 변한 상태였다. 실제 인터넷상에선 '박제(화면 캡처)'된 그의 게시물이 널리 퍼졌다. 네티즌은 9일에도 박 구청장의 다른 게시물에 해당 캡처까지 거론하면서 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박 구청장은 "어제 제가 식사를 하던 시간에 마포는 비가 심하게 오지 않았다"고 답글을 달았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 40분쯤 마포구가 속한 서울 서북권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또 박 구청장이 게시물을 올린 9시쯤에는 수도권에 비 피해가 속출하던 상황이었다.
박 구청장은 일부 네티즌이 "술을 먹고 자느라 재난 대응도 안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추측하자 "팩트가 중요하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악의적 댓글에 혼란스러웠다. 날 밝으면 대응하겠다"는 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마포구청 측은 "게시글을 올린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냈다.
박 구청장이 '전 식사' 인증을 올린 시각과 비슷한 8일 오후 9시쯤에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중랑천변 사진을 직접 찍어 올렸다. 이와 함께 "폭우가 계속되고 있어 긴급히 중랑천변 인근을 살피고 있다"면서 "구민 여러분께서는 지대가 낮은 곳으로는 통행을 삼가고 경보 알림을 주의깊게 봐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 구청장은 첫 게시물 이후에도 침수 우려에 따른 출입통제구역 확대를 알리는 추가 게시물을 올리면서 수시로 상황을 공유했다. 아울러 "침수피해나 기타 위험상황 발생시에는 문자메시지를 달라"며 본인의 문자 수신 전용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번호는 2015년부터 재난 상황 등에 종종 공개한 바 있는 이른바 '구청장 직통 번호'다.
초선인 박 구청장과 달리 지난 지방선거에서 3선을 한 베테랑 정 구청장은 적극적인 구민 소통 행정으로 이미 온라인에서도 여러 차례 화제가 된 바 있다. 트위터에서는 본인 계정을 언급하는 게시물에 일일이 반응하는 등 SNS 활용도 능숙하다.
9일 온라인엔 정 구청장과 박 구청장, 두 사람의 구청장 SNS를 늘어놓고 비교해 보는 게시물이 다수 등장했다. 박 구청장의 '전 식사'를 향한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 구청장이 '재난 상황 알림'이라는 목적을 위해 적절하게 SNS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조군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정 구청장의 SNS를 향해서도 "성동구로 이사 가고 싶다" "구민들을 위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등 '선플'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