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폭우까지... 밥상물가 초비상, IMF 수준 가나

입력
2022.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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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농작물 작황 직격탄 우려
배추·시금치 등 1년 전보다 70% 이상↑
이른 추석 겹쳐 물가 6% 중후반 전망도

‘물 폭탄’을 방불케 한 기록적인 폭우로 물가 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른 추석(다음 달 10일)을 앞두고 폭염·폭우 재해가 겹친 탓에 물가 상승률이 7% 목전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이 나온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폭우로 침수된 농지는 약 5㏊(1㏊는 1만㎡)로, 그리 크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폭염 직격탄을 맞은 농산물 작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가 호우가 예보돼 있고, 농지가 침수되지 않더라도 무름병이 유행하거나 배수 불량지에서 무·배추 밑둥썩음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산물 수요가 몰리는 추석을 앞두고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물가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1년 전보다 포기당 72.7% 상승한 배추 가격(7월 기준)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오이(73.0%)와 시금치(70.6%), 상추(63.1%), 무(53.0%) 등 다른 채솟값도 급등한 상태다.

치솟은 농산물 가격은 재료비 상승을 거쳐 외식물가를 밀어올린다. 당장 지난달만 해도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서민 가구의 체감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세가 확대될지, 상황을 유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가 정점을 10월 전후로 예측하면서 이를 늦출 돌발 변수로 태풍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꼽았다.

태풍에 버금가는 기상 악재로 일각에선 물가 상승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폭염과 폭우, 추석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8~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 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역시 5%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미 1~7월 누적 물가 상승률은 4.9%에 달한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7.5%)이 마지막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에도 연간 물가 상승률은 4.7%에 그쳤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점검회의를 열고 “인명 피해 최소화와 함께 비가 그친 후 농작물 병해나 생리 장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