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사퇴했다. 지난달 5일 취임한 지 34일 만, 논란이 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열흘 만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장을 받은 국무위원이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부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박 부총리는 미리 준비해 온 110자의 입장문을 읽은 뒤, 1분여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음주운전 이력, 논문 중복 게재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돼 교육개혁의 중책을 맡은 박 부총리는 지난달 5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기회를 준다면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개한 학제 개편안이 학부모와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사며 궁지에 몰렸다. 특히 이해당사자인 학부모, 시도교육청, 유치원 등과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던 점 때문에 '졸속 추진'이란 비판이 나왔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이날 사퇴로 박 부총리는 역대 5번째로 단명한 교육부 장관이 됐다. 도덕성 시비로 2005년 물러난 이기준 전 부총리(재임 6일), 5·16쿠데타로 물러난 1961년 윤택중 전 장관(재임 17일), 논문 표절 의혹으로 낙마한 2006년 김병준 전 부총리(재임 19일), 2000년 물러난 송자 장관(25일)에 이어 5번째로 짧은 임기를 마감하게 됐다.
교육부는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에 이어 박 부총리의 사퇴로 교육 개혁 추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교육 현실을 무시하고 현장과 소통·공감 없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차기 장관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인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육부 장관 인사 실패와 교육정책 실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만 5세 초등취학 정책 철회를 공식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