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줄사퇴…고립되는 이준석 대표

입력
2022.08.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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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최고위원 등 사퇴 "李, 대장부의 길 가라"
이 대표 지지 모임에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 
이 대표 측은 '가처분 신청' 등 강경 대응 기조
"권성동, 비대위원 안 돼"...윤핵관 책임론 부각

강제 해임 위기에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 대응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맞설 경우 당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이 대표를 만류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이준석 체제를 떠받쳐 온 당 지도부 일부가 사퇴하는 등 이 대표에 우호적이던 인사들도 차례로 등을 돌리고 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전국위 회의를 하루 앞둔 8일 정미경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조직부총장이 차례로 사퇴했다. 주요 당직을 일괄 사퇴함으로써 비대위 체제 전환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최고위원은 그간 이 대표에게 "가처분이 인용되면 당이 혼란에 빠진다. 이제 물러서야 할 때"라고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자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향해 "법적 대응을 멈추고 대장부의 길을 가라"고 호소했다.

여당 내홍이 출구를 찾지 못하자 공멸은 피해야 한다며 극한 대립을 자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임기 초의 대통령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합심협력할 때이지 시시비비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자중자애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책임당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가 이날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서도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 지지자라고 밝힌 70대 A씨는 "지금은 이 대표가 한발 물러설 때"라며 "못나서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 시민운동처럼 (정치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당초 10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실제 참석자는 3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강경 대응 기조를 꺾지 않고 있다. 국바세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신인규 전 상근대변인은 "9일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이 선임되면, 가처분 신청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집단소송에는 현재 1,708명이 (참여를) 동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은 여당 내홍의 한 축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측에 동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키우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최고위원 대다수가 사퇴했는데 본인은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비대위원이 된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9일 비대위원장 인선이 이뤄지면 비대위의 성격과 활동기간 등도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2개월 남짓 활동하는 '관리형 비대위'와 5개월 이상 당 쇄신을 모색하는 '혁신형 비대위'를 지지하는 여론이 부딪치고 있다. 전자는 10월쯤 전당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위기상황을 빠르게 수습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후자는 집권여당으로서 정기국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내년 초에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5선 중진 주호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수용하기로 뜻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대위원에 '윤핵관' 등 인사가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비대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최대 15명으로 구성될 수 있는데, 면면에 따라 당 쇄신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장재진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