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폭우에 주택·차량 침수…수도권이 잠겼다

입력
2022.08.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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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강원에서도 피해 잇따라
서울 동부간선도로 전면 통제도
도림천 범람으로 저지대 주민 대피 권고

8일 서울과 인천·경기 등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물에 잠기고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강남 일대 도로도 침수됐고 지하철역에는 물이 들이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호우경보가 발령된 지역은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이다. 오후 11시 전후 강수량은 서초구 336.5㎜, 금천구 332.5㎜를 비롯해 경기 광명시 316.5㎜, 부천시 242㎜에 달했다.

짧은 시간 비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 피해가 컸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두 297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소방당국과 구·군에 접수됐다.

낮 12시 25분쯤 인천 중구 운서동 왕복 8차로 지하차도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겼다. 비슷한 시간 계양구 서운동 상가 건물과 부평구 십정동 주택, 중구 중산동 주택 등도 침수됐다. 미추홀구 용현동 한 도로에선 차량이 침수됐고, 1호선 주안역~도화역 인근 선로가 물에 잠겨 열차 운행이 한동안 지연됐다.

부평구 부평경찰서 앞과 미추홀구 제물포역·주안역 인근 등 도로와 인도 침수도 잇따랐다. 남동구 구월동 인천경찰청 앞 도로에선 강풍에 가로수가 쓰러지기도 했다. 인천 지역은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호우주의보가 발효됐다가 낮 12시쯤 호우경보로 격상됐다.

서울에서도 중랑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오후 6시 30분부터 동부간선도로 전구간(수락지하차도~성수JC)의 차량 운행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늦게 안양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또 비슷한 시간 관악구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가 권고됐다. 강동구의 한 214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는 낙뢰로 전기 공급이 40분간 중단됐다. 이날 밤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3호선 양재역, 7호선 이수역 일대가 침수돼 차량과 시민들의 이동이 제한됐고, 전동차 운행이 중단됐다.

경기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낮 12시쯤 포천시 설운동의 한 하천보가 붕괴됐다. 오후 1시 30분쯤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한 공영주창장에서 차량 3대가 침수됐다. 부천시의 한 병원 건물 지하 1, 2층이 물에 잠기면서 정전이 발생해 환자와 의료진 등 340여 명이 4시간가량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시흥시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선 전기 그라인더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50대 중국인 A 씨가 감전돼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강원에서도 오전 11시 47분쯤 철원 동송읍 이평리의 한 주유소 지하실이 침수됐고, 11시 49분쯤 동송읍 상노리 담터계곡에서는 차량이 고립돼 4명이 구조됐다. 오후 1시 48분쯤에는 춘천시 신동면 의암리에서 가로수가 전도됐고, 오후 2시 41분쯤에는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의 한 주택이 침수됐다. 오후 7시까지 철원과 화천에 각각 158㎜, 143㎜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강원 내륙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환경부는 폭우에 대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충주댐 수문을 2년 만에 열고 물을 방류했다. 산림청도 이날 오후 6시를 기해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충북, 충남 등 6개 시도에 대해 산사태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4단계로 구분된다.

기상청은 "수도권, 강원 내륙, 충청 북부 등에 10일까지 100∼2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북부 인근 임진강, 한탄강, 북한강 수위가 갑자기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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