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인권 정책으로 청소년들을 압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비무슬림 학생들에게 이슬람 전통의상인 '히잡(hijab)'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청소년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령을 부활시키려고 준비 중이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인도네시아) "독재 정권이 아니다"(필리핀)는 주장은 정부의 대외용 멘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 인구 중 87%가 무슬림인 나라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슬람교를 국교로 삼지 않고, 개신교 등 6개 종교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적어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종교의 자유까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법보다 이슬람 전통의 힘이 더 세다. 특히 무슬림의 여성 차별 문화는 사회적 약자인 여학생들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다.
8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34개 주(州) 가운데 24개 주의 공립학교가 현재 비무슬림 여학생들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한 공립학교에선 15세 학생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다 교사들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아 전국적 논란이 됐다. 해당 학생은 신경쇠약 증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히잡 강요를 부추기는 건 인도네시아 정부의 불분명한 정책이다. 인도네시아 교육부는 히잡 강제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지난해 1월 "학교가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적 신분을 표시하는 복장을 입히거나 권고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령을 발표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같은 해 6월 해당 법령의 효력을 즉시 정지시켰다. 이슬람 율법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대한 관점 차이를 정부와 사법부가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은 청소년들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 하원 의회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부모나 보호자 동반 없이 청소년이 혼자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청소년 통행금지 시행법'을 7일 상정했다. 나보타스 하원의원은 "범죄 증가를 막는 동시에 청소년들을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소년 통금법이 인권 침해의 소지가 매우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법안에 따르면, 통행금지 조치를 어긴 청소년은 즉시 구금된다. 보호자가 8시간 안에 나타 나지 않으면 사회복지개발국으로 강제 이송된다.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은 청소년들을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대우하는 셈이다.
필리핀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통금법을 시작으로 민주화 운동의 싹을 자르기 위한 여러 규제 법안이 연속 발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권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킬 것에 대비해 민주진영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러 대응책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