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써야 하는 약

입력
2022.08.08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불리는 ‘졸겐스마’에 이달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투여 대상 환자는 생후 1, 2년밖에 안 되는 아기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운동신경세포가 망가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생명마저 위험해지는 희소병인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졸겐스마는 치료에 필요한 유전자를 환자 세포에 전달해준다. 정맥 주사로 한 번 맞히면 병이 진행되는 걸 막고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원래는 19억8,000여만 원인데, 건보 덕에 환자가 낼 약값은 최대 598만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래도 비싸다.

□ 고가 의약품 건보 적용은 난제 중의 난제다. 비쌀수록 중증이나 희소질환 약인 경우가 많아 건보 적용 확대 필요성이 크지만, 재정이 한정돼 있으니 지출 규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체 건보 적용 의약품 2만5,000여 개 가운데 재정 소요 비용이 1인당 연간 3억 원 이상인 약은 지난해 기준 15개다. 이들 약이 2021년 한 해 동안 288명에게 투여됐고, 총 1,086억 원이 건보에 청구됐다. 환자 1인당 평균 약 3억8,000만 원이 들어간 셈이다.

□ 보건복지부는 졸겐스마 투여 환자 모두를 5년간 추적 관찰해 나아지지 않거나 나빠지면 일정 금액을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돌려주도록 했다. 투여 때마다 사전심사도 받도록 했다. 건보 부담이 큰 만큼 꼼꼼한 관리가 필요해서다. 복지부는 졸겐스마처럼 1회 투여로 장기 효과가 기대되는 원샷 치료제와 함께 1인당 연간 재정 소요 금액이 3억 원 이상인 약, 연간 건보 청구액이 300억 원 이상인 동일 효능 성분군도 고가 의약품으로 정하고 특별관리하기로 했다.

□ 유전자 치료 같은 첨단 기술이 활용되면서 신약이 점점 비싸지는 추세다.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로 가능성을 입증한 mRNA 기술까지 신약 개발에 본격 쓰이면 약값은 더 치솟을 거란 전망이다. 제약사가 신약에 건보를 적용해달라고 신청할 경우 약값 협상에 나서는 정부의 전략이 갈수록 정교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모두의 건강을 위한 재정을 지키면서 되도록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아이디어 어디 더 없을까.

임소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