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관할 가자지구를 사흘째 맹폭하면서 중동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 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11월 총선을 앞두고 우파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즉각 반격을 자제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이 또다시 화염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5, 6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32명이 숨지고 21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어린이 6명도 희생됐다. 이번 군사 공격은 지난해 5월 팔레스타인에서 250여 명, 이스라엘에서 13명이 사망한 ‘11일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은 무장정파 하마스가 다스리는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를 겨냥했다. 이스라엘군이 얼마 전 서안지구에서 PIJ 고위급 지도자 바사미 알 사아디를 체포한 데 대해 PIJ 최고 지도자 지아드 알 나칼라가 복수를 다짐하자 '임박한 위협'을 구실로 무장 드론, 탱크, 전투기 등을 동원해 선제 공격에 나섰다.
5일 PIJ 가자지구 북부 사령관 타이세에르 알 자바리가 폭격으로 숨졌고, 6일에는 가자지구 남부 사령관인 칼레드 만수르가 사살됐다. 이스라엘군은 “PIJ 고위급 인사를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하며 “모든 위협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습 사흘째인 7일에도 이스라엘은 PIJ 군사시설과 지하터널 등에 미사일을 퍼부었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PIJ 거점을 급습해 조직원 20여 명을 체포했다.
민간인 희생도 잇따랐다. 가자지구 중심 가자시티에서 북쪽으로 4㎞ 떨어진 자발리야 난민캠프에 6일 밤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그러나 PIJ의 오폭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연료와 식량이 공급되는 통로를 막는 등 선을 넘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의료용품이 떨어지고 전기가 끊겨 병원들이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자지구에 단 한 곳뿐인 발전소가 연료 부족으로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하마스는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투가 확대돼 민간인 사상자가 늘거나 하마스 조직이 타격을 입는다면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영국 가디언은 “전면전으로 확대될지 여부는 하마스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하마스는 “PIJ에 대한 공격은 팔레스타인의 투쟁에 연료가 될 것”이라며 “모든 저항군은 단결했다”고 이스라엘에 경고장을 날렸다.
다만 하마스는 군사력 대결보다는 협상을 통한 휴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도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6일에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긴급 비공개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도 확전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무력 충돌을 두고 "중도파인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가 11월 총선에서 우파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지난해 충돌로 막대한 인적ㆍ물적 피해를 입은 이후 군사 행동을 자제해온 만큼, 공격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누르 오데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라피드 총리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정치적 동기로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