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 무지출' 버텨도 '집밥'에 휘청... 지갑 후벼 파는 식탁 물가

입력
2022.08.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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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IMF? 이런 물가 처음!]
<상> 가계부 쓰기도 무섭다
대외 악재 그대로, 가을 정점 찍어도 불안

도시락으로 식당 점심을 대신하고 식후 커피를 끊는 '집 밖' 무지출로 고물가에 버텨보려 하지만 '집밥'이 지갑 속을 후벼 판다. 기름값이 다소 내리자 치솟는 먹거리 물가가 쉴 틈 없이 '원투 펀치'를 날리는 요즘이다. 인플레이션을 사실상 처음 겪는 2030은 삶의 질이 쪼그라드는 짠순이·짠돌이의 길을 자의반타의반 걷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통해 농축산물 46개 품목의 1일 기준 소매가를 살펴본 결과, 전월 대비 가장 많이 뛴 건 토마토였다. 토마토 1kg 가격은 6,383원으로 한 달 전보다 71.7%(2,665원)나 상승했다. △시금치 1kg(2만569원) 69% △배추 1포기(6,709원) 53.5% △무 1개(3,214원) 52.4% △오이 10개(1만5,230원) 36.6% 등도 시장 바구니에 넣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채소들이다.

이렇게 전월과 비교해 가격이 오른 농축산물은 32개로 나타났다. △삼겹살 100g(2,620원) △감자 100g(413원) △계란 특란 10구(3,652원) 등 전월보다 싸진 품목이 14개이긴 하나, 먹거리 물가 충격을 반감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농축산물에 수산물까지 더한 먹거리 품목이 물가를 얼마나 끌어올렸나 보여주는 물가 기여도는 6월 0.42%포인트에서 7월 0.62%포인트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전년 대비 전체 물가 상승률이 6.05%에서 6.34%로 높아졌는데 농축수산물 물가가 뛴 만큼 오른 셈이다. 이에 반해 올해 상반기 내내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석유류는 유류세 인하 확대 등으로 물가 기여도가 6월 1.74%포인트에서 7월 1.59%포인트로 내려갔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매년 여름마다 비상이지만 올해는 초비상이다. 예년보다 거센 폭염과 잦은 비로 작황 부진이 심한 데다, 이른 추석 연휴(9월 초순)가 겹치면서다. 생산자가 시장에 내놓는 농축수산물은 적은데, 이를 찾는 소비자는 많아 수요-공급이 엇갈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추석 물가 관리 차원에서 농산물 수입품에 붙는 관세를 낮춰 가격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추석이 지나고 기후가 양호한 가을철엔 먹거리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 10월 물가 정점론을 언급한 이유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애초 고물가를 초래한 대외 악재가 그대로라 안심하긴 이르다. 집밥 재료로 본다면 햄, 라면 등 원자잿값 상승 영향을 많이 받는 가공식품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전체 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가더라도 밥상 물가는 여전히 높을 것이란 뜻이다.

고물가가 지속하면 소비 위축과 경기침체를 일으켜, 월급(실질임금 감소)은 물론 일자리(실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두고 "고물가와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요인이 고조되고 있다"며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소비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시 IMF? 이런 물가 처음!> 글 싣는 순서
<상> 가계부 쓰기도 무섭다 <중> 당신의 월급은 안녕하십니까 <하> 그래도 살아남기


세종=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