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과의 기후 협력을 중단키로 했다. 한시가 급한 기후 위기대응이 타격을 입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과의 기후변화 협상을 포함한 대화 채널을 끊기로 하면서 기후위기 문제가 고비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국과 2위 국가인 미국간 대화가 끊기면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로 제한하려는 국제사회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활동하는 리서우는 블룸버그통신에 "지정학 환경 악화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세계의 노력에 해를 입힌 또 다른 사례가 됐다"며 "주요국들이 잘 지내지 않으면 기후위기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과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해 온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도 성명을 통해 "기후위기는 미중 쌍방이 아닌 세계적 쟁점"이라며 "중국의 기후 문제 협력 중단은 미국이 아니라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정치·경제적으로 갈등을 빚으면서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공동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앞두고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깜짝 발표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점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 분야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여지가 남아 있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기후 문제로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른 기후협약이나 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로랑스 투비아나 유럽기후재단 최고경영자는 "중국과 EU의 관계는 효율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며 "EU는 중국과의 대화 채널을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기후협약 이행은 최근 잇따라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4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 일시적으로 석탄 발전량 확대를 추진하면서다.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가 유럽행 천연가스 수출량을 조인 데 따른 것이다.